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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November, 2023

Path to ruin part 4

 <파멸의 길(4)> "장전 끝!" 어쏘아!" -.콰앙! 17파운더를 장착한 챌린저 전차가 무한궤도를 굴리며 다가오는 판터를 항해 불을 뽐었다. 위력 하나는 인정받은 17파운더이니 명종만 하면은 적은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젠장! 불명중!" 포탄이 판터를 지나치는 것울 본 전차장이 욕지거리하며 이를 악물었다. 17파운더의 명종률에 대해선 악명이 자자했다. 관통력이 뛰어나면 워 하나. 적을 맞추지 못하면 말짱 광인데 *재장전 서톨.." 전차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75mm 포탄이 챌린저의 포탑 전면부를 뚫고 들어와 폭발했다. 철갑탄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파편이 포탑 내부 승무원들의 용을 인정사정없이 난도질했고. 뒤이어 화염이 그들의 육신을 물태웠다 유일하게 화를 피한 조종수는 해치를 열고 나와 도주했다. 셔먼에 17파운더를 올린 파이어플라이는 챌린저보다 그나마 덜 눈에 띄었지만, 방어력이 셔먼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한 방 맞으면 그대로 격파라는 문제점은 등일했다. 17파운더로 판터를 정면에서 격파하려면 500m 거리에서 정확히 차체를 노리거나 아니면 포탑 포방패 정면을 노려야 하는 데 17파윤더의 뒤델어지는 명종률로는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에 반해 판터는 숙련된 포수의 경우 2km 밖 거리에서도 적을 일격에 명중시키는 것이 가능했고, 500m 안에서 포탄에 맞더라도 차체의 각도에 따라 포탄을 틴겨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동부전선에서 싸웠던 베테랑 조종수들은 미리 전차의 각도를 틀어 경사장갑의 이점을 극대화하는데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차체 전면과 촉후면 모두 수직장갑으로 이루어진 티거는 판터보다 블리한 점이 많았다. 측후면이 80mm의 장갑판으로 이루어져 있어 판터에게는 위힘한 측후면에서의 공격도 어느 정도 방호가 가농하다는 것은 티거의 장점이었지만, 차체 전면의 100mm 수직장갑은 판터의 80mm 경사장갑보다 방호력이 떨어졌다. 다행히 셔먼과 크름월 같이 티거의 ...

Path to ruin part 3

 <파멸의 길 (3) >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힌 것으로 알려진 국왕과 왕비가 죽었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진실은 둘을 죽인 것이 독일군이 아닌 영국군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자칭 ‘왕립 공군(Royal Air Force)' 이. 물론 국왕과 왕비의 사인이 무엇 때문인지 알 사람은 다 알았지만,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히틀러는 국왕과 왕비의 사진을 삐라에 실은 뒤 영국 공군의 폭격으로 죽었다는 부연설명을 붙여 영국 전역에 살포했다. 혹시 몰라 찍어둔 사진이 바로 이때 요긴하게 쓰이리라곤 누가 알기나 했을까. “영국인들은 그들의 국왕과 왕비를 죽였습니다.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자국 민간인 수십 명과 함께! 과연 누가 이러한 짓을 저질렀을까요? 우리의 전쟁광 처칠? 처칠이 고의로 국왕과 왕비를 죽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그의 명령으로 국왕과 왕비 그리고 영국인들이 죽었다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전쟁광 처칠은 그의 국왕과 왕비를 죽이고 이제는 영국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음에도 말입니다. 물론 놈이 독일과 계속 싸우겠다면 우리 역시 마땅히 싸울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영국인이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서 말합니다. 이제라도 전쟁을 멈추기 위해선 영국인들 스스로가 일어서야 한다고! 영국인들이여. 여러분은 여러분을 사지로 내몰고 국왕과 왕비를 죽게 만든 처칠의 명령에 평생토록 복종하며 노예의 삶을 사실 겁니까. 아니면 독일과 평화로운 공존 아래 번영하는 삶을 누릴 겁니까? 지금 당장 항복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을 억압하는 독재자를 끌어내 역사의 심판대에 올리십시오! 전쟁은 곧 끝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악의 권세에 빌붙어 영화를 누리던 자들은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괴벨스의 선전을 인간의 탈을 쓴 까마귀의 울부짖음 정도로나 치부하던 영국인들도 이번에는 독일의 선전에 크게 동요했다. 비록 의도한 일은 아니긴 하나 결과적...

Path to ruin part 2

 <파멸의 길 (2) > 영국에는 두 명의 총리가 있었다. 글래스고에 한 명. 그리고 런던에 한 명. 클라리지스 호텔 스위트룸을 개조한 집무실에서 새로운 영국의 총리 오스왈드 모슬리는 서부전선 총사령관 룬트슈테트 원수가 보낸 영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독일의 도움으로 신(新) 정부의 총리직에 오른 모슬리에게 허락된 일은 독일군이 보내오는 문서에 서명하고, 독일의 선전방송에 출연해 자국민들이 독일군에게 전적으로 협조할 것을 호소하는 방송을 내보내는 일뿐이었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만족해했다. 그는 영국인들이 자신을 가리켜 히틀러에게 빌붙은 매국노라 욕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지지자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전쟁에 지치고 승리에 대한 희망을 잃은 사람들, 현실에 체념한 사람들은 신임 총리 모슬리 내각에서 내리는 지시에 순응했고, 전쟁 이전부터 모슬리와 BUF에 지지를 보내던 사람들은 새로운 영국 정부를 격하게 반겼다. 전쟁광 처칠의 무능과 아집에는 질릴 대로 질렸다. 이제 남은 건 독일과의 협력뿐. 독일의 지시에 순응하고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만이 영국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모슬리와 그에게 충성하는 지지자들은 방송에 나와 열성적으로 떠들어댔다. 이 주장에 열정적으로 호응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지지층이 전부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주민들이 모슬리의 주장을 비웃거나 부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모슬리와 BUF가 아무리 싫어도 처칠의 독단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제리들 따까리 노릇이나 하는 모슬리와 BUF도 별로지만, 처칠은 더 싫다. 전쟁하자고 선동할 때는 언제고 국민을 내팽개치고 자신들만 후방으로 도망친 파렴치한들. 이것이 대다수 영국인의 속마음이었다. 모슬리와 BUF는 이러한 영국인들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처칠과 그 떨거지들을 보라. 자기들 멋대로, 누구도 원하지 않던 독일과의 전쟁을 일으켜 나라를 패망시키지...

Path to ruin part 1

 < 파멸의 길 (1) >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악에 받쳐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점령지 주민들과의 마찰이 발생하는 건 필연적이라 여겼고 별말 않으려고 했건만. 스웨덴군은 마찰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영국 민간인들과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있다. 영국과 원한 관계가 없는 크로아티아군, 우크라이나군, 자유 러시아군도 비슷하고. 그런데 덴마크군과 노르웨이군은 그동안의 울분에 대한 설욕이라도 하려는 건지 2차대전 말기 독일에 주둔한 소련군처럼 징발을 가장한 약탈과 민간인 학살에 열심이었다. 연락장교로 파견 나간 국방군과 친위대 장교들조차 이건 아니다 싶어 말릴 정도면 말 다 했지. 덴마크군과 노르웨이군의 각종 잔혹 행위가 계속될수록 레지스탕스에 가담하는 영국인들의 수는 늘어만 갔다. 당연히 레지스탕스들이 덴마크군과 노르웨이군만 노리는 법은 없었고 아군도 레지스탕스에 대응하기 위해 적잖은 병력을 후방에 남겨놔야만 했다. “저들을 계속 방치했다간 전 영국인들이 레지스탕스에 가담하고 말 겁니다.” “제아무리 동맹군이라지만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오. 최소한 자정작용이라도 하게끔 해야지." *** “총통께옵선 덴마크군의 분투에 찬사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만, 덴마크군이 최근 잇달아 영국 현지인들과 충돌하여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선 깊은 유감을 표시하셨습니다." 에리크 스카베니우스 총리는 차분한 어조로 독일 총통의 뜻을 전하는 바이츠제커의 말을 쥐 죽은 듯이 경청했다. “물론 덴마크의 영국을 향한 원한을 저희도 모르는 건 아닙니다만………… 이 같은 행위가 영국인들이 레지스탕스에 지원하게 하고 전쟁 수행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을 총리께서도 모르시진 않으실 겁니다.” "물론이오." 스카베니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귀가 있는지라 자국 군대가 영국에서 어떤 일을 저지르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덴마크 당국이 문제해...

Tug of war part 11

줄다리기 (11) > 10년, 아니 5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 영국의 도시들이 국방군에 의해 파괴되고 불타오르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하늘 높이 치솟아 저 거대한 하늘을 저마다의 조각으로 나누는 회색 기둥들을 보며 롬멜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전방에서는 아군의 중포 소리가 쿵쿵 울려 퍼졌다. 들판에는 처참하게 파괴된 셔먼, 크롬웰 전차들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 전차병들의 시체와 함께 방치되어 있었다. 헷처와 판터의 잔해들도 섞여 있었지만, 미국과 영국 전차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우리 병사들이 적 전차를 가리켜 론슨 라이터라고 부른다고 하더군. 장갑도 형편없고, 명중했다 하면 바로 불이 붙어서 그렇다나 뭐라나." "하하하하……….” 독일 전차병들은 영미의 전차들을 가리켜 깡통 혹은 론슨 라이터라고 불렀다. 론슨 라이터의 광고문구가 ‘단 한 번 만에 불이 붙습니다'였기 때문이었는데, 이는 곧 영국과 미국 전차들을 가리키는 은어로 발전했다. 정작 미군들은 론슨 라이터보단 지포 라이터를 훨씬 더 많이 사용했지만. 그렇다고 셔먼과 크롬웰의 성능이 뒤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들의 성능은 4호 전차와 대등한 수준이었지만,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연합군 전차병들은 경험이 풍부한 독일 전차병들이 모는 4호 전차에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중장갑의 판터, 티거 앞에서는 무력하게 깨지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이로 인해 론슨 라이터라는 치욕스러운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포로들을 인솔해 후방으로 향하던 오토바이병들이 메르세데스-벤츠 G5에 탑승한 롬멜을 알아보고 황급히 경례를 올렸다. 포로들도 말로만 듣던 유명인을 직접 보게 되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토미들도 나를 알아보는군?" “각하의 이름은 아군은 물론이고 적군에게도 유명합니다. 각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유럽에서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아마 총통 각하 다음으로 유명한 사람은 각하일 겁니다.” “예끼, 이 사람들아...

Tug of war part 10

 <줄다리기 (10) >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세 나라가 충돌할 구석은 많고 많았다. “배상금 1,000억 달러라고? 1,000억 달러가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이는 너무한 거 아닙니까?” “독일은 1940년에 조인된 강화조약에서 약속된 배상금도 일부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영국이 내야 할 본래 배상금까지 다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만 총통께서 무마시키셨습니다. 그런데 배상금을 낼 수 없다고요?” “보유한 모든 식민지를 포기하라니. 절대 받아들일 수 없소." “어차피 영국은 이번 전쟁에서 지면 배상금을 갚느라 허리가 휠 텐데, 식민지들을 유지할 돈이 남아있기나 하겠습니까? 그리고 군사도 10만 명으로 제한될 텐데 그 넓은 식민지를 어찌 다 지킬 수 있단 말입니까? 군사 대신 경찰을 무장시켜서 지배한다는 꼼 수를 부리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모리스는 서인도 제도와 기아나 등 영국이 보유한 아메리카 식민지들이 독일 손에 들어가 미국을 겨누는 창끝이 되는 것을 우려했다.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가 덴마크, 사실상 독일의 품으로 들어가는 것도 문제인데 이 둘보다 미국 영토에 더 가까운 서인도 제도에 독일군 기지가 설치된다? 차라리 전쟁을 계속했으면 했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독일은 결코 영국의 식민지들을 자국의 식민지로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추축동맹, 가맹국들이 전쟁에 공헌한 지분에 따라 적절하게 배분될 예정입니다.” “그게 그거지 않소. 논점을 흐리지 마시오.” “영국은 영구 중립국으로 남는다고 했으니 당연히 타국을 통해 무기를 들여오는 것도 금지입니다. 무기 개발 역시 독일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럼, 우리 영국은 자국을 지키기 위해 어디서 무기를 들여오라는 겁니까?” “그야 독일이 있지 않습니까?” “귀국이 잘도 한때 자국과 싸웠던 우리 영국에게 무기를 팔아주겠군요.” “안 될 거 뭐 있습니까? 당장 독일은 한때 주적이었던 프랑스에도 무기를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Tug of war part 9

 <줄다리기 (9)> 월리스는 자국 군대와 영국군이 힘을 합처도 전세가 나아지기는커녕 뒤로 쭉폭 밀리는 현실에 강한 현타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그토록 형오해 마지않는 파시스트들의 두록인 내게 협상하자는 제안을 해울 리가 없거든, 양키 두록도 드디어 대화할 생각이 든 모양입니다." 괴벨스가 악마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언제나 그렇듯 입에 발린 아부를 늘어놓았다. "이게 다 총통 각하의 뛰어난 지도력의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총통 각하의 천재적인 지휘가 아니었다면-" "아부는 됐네. 그런데 미국 대용령이 아직 현실감각은 없는 것 갈군. 험상 동안 정전 선포와 포로 교환이라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이제 우리 총은 내려놓고 대화로 해결해보자. 많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2주 동안 정전을 선포하고 포로들을 교환하자고? 대서양에서의 공격 행위도 모두 중단하고?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아나. 내가 정말로 이 조건들을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하고 제안한 건가. 그리고 지금에 와서 우리에게 협상을 제안한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내가 전에 협상하자고 말할 땐 들은 척도 않다고 자기가 보기에도 :아 이 게임 진 듯' 싶으니까 이제야 :너희가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대화는 해몰게'라고 청해오다니. 얼굴에 아주 철판을 제대로 깔았다. 뻔뻔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박침이 올라왔지만, 그래도 미국과의 협상은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전부터 말해왔듯이 미국이 진심으로 덤비면 우리도 곤란해지니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대톡전에 관한 미국인틀의 의지가 미약한 수존이지만 이 나라 전체 철강 생산량보다 피츠버그의 한 공장에서 나오는 철강 생산량이 더 많은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을 잊어션 안 된다 '협상은 하되 정전이나 포로 교환은 없을 것이라 전하게. 우리야 아쉬울 게 하나도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총통 각하." ...

Tug of war part 8

 < 줄다리기 (8) > 힘러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유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힘러 개인의 권력욕도 그렇지만 전형적인 몽골리안의 외형을 가진 그가 나치당에서 그 누구보다 금발벽안의 순수 아리아인 혈통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SS와 사이가 좋지 않은 국방군은 물론이고 나치당과 심지어 SS 내부에서 조차 비웃음거리였다. 2차대전이 발발하고 SS가 전선 각지에서 전공을 세우면서 덩달아 힘러의 입지 또한 커졌지만, 여전히 그를 아니꼽게 보는 시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중에는 힘러가 직접 발탁한 인재, 금발의 짐승 하이드리히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하이드리히는 독일에서 가장 힘러를 아니꼽게 여겼다. 툭하면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이니 순수 아리아인의 혈통을 유지해야 하느니 뭐니 하면서 자신은 거울 하나 제대로 보지 않는 얼간이 같은 놈. 친위대는 명령에 절대복종하고 임무완수를 위해 냉혹해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막상 자신은 총살집행 장면을 보곤 놀라서 실신 직전까지 가기만 한 놈이 무슨 SS 제국지도자란 말인가. 저런 놈팽이에겐 SS 제국지도자는커녕 SS 소위 직함조차 아까웠다. 그것이 하이드리히의 힘러에 대한 평가였다. 하지만 힘러는 계급상으로나 서열상으로 하이드리히가 감히 어떻게 못 하는 위치에 있었고, 힘러에 대한 총통의 신임도 확고했다. 물론 총통조차도 힘러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려고 하면 바로 컷하고 그를 인정사정없이 야단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러는 총통의 측근 직위를 유지했다. 하이드리히는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힘러만큼이나 권력을 향한 관심과 욕심이 가득한 하이드리히에게 힘러의 존재는 자신의 출세를 방해하는 장애물이자 반드시 치워버려야 하는 눈엣가시였다. 하이드리히는 모든 일에 신중했지만, 스탈린처럼 신중함이 다소 지나친 나머지 일을 그르치는 성격도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한 번 결심한 일은 반드시 하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전쟁도 거의 끝나가고 있겠다, 여기서 더 망설인다면 힘러의 위상만 올라가고 그를 제거하는 일은 더더욱 어...

Tug of war part 7

 <줄다리기 (7) > 76mm 셔먼에 과한 기대를 건 미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책 없이 76mm 주포 하나에만 몰빵했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병기국 내부에서도 76mm보다 더 크고 강한 주포를 전차에 탑재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 몇 대의 완성품까지 나온 상태였다. 단지 그놈의 76mm 만능주의로 여태껏 빛을 보지 못했을 뿐. 그런데 그토록 믿었던 76mm가 허벌이라는 것이 실전을 통해 드러난 이상 더는 무를 수 없게 되었다. 76mm보다 화력이 더 뛰어난 90mm 주포를 장착한 셔먼은 포탑에 비해 주포가 너무 커서 장전이 힘들다는 평을 받았다. 새로 제작한 포탑은 이전 셔먼의 포탑보다 크고 넓어서 90mm 주포를 안정적으로 탑재할 수 있었다. 전차병들의 시계를 확보한답시고 포탑 상부를 그대로 노출하는 바람에 따로 상부장갑을 자체적으로 제작해 부착해야 했지만, 급조한 물건치곤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허나 셔먼만으로는 나날이 변화하는 전장에 대응하기 힘들 것이란 예측이 나옴에 따라 병기국은 차체부터 포탑까지 완전히 새로 설계한 전차를 개발했다. 그 결과물이 한 달 전에 나온 시제전차 ‘T26’이었다. T26의 장갑과 화력은 병기국과 육군 장성들에게 호평받았다. 차체 전면 101mm 46도 경사장갑과 측면 76mm 장갑은 독일군의 판터 이상의 방호력을 가졌고 90mm M3 전차포는 500m에서 수직장갑 143mm를 관통해 이론상 500m 안이라면 정면에서 판터를 격파할 수 있었다. 드디어 미국도 판터 이상의 전차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딱 하나.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점만 뺀다면. T26의 장갑과 화력은 나무랄 구석이 없었지만, 엔진과 기동성은 T26의 모든 장점을 씹어먹고도 남았다. 장갑과 화력을 강화하다 보니 T26의 중량은 M4 셔먼보다 11t이 더 늘어 42t에 달했는데, 정작 엔진은 셔먼과 동일한 500마력짜리를 단 탓에 신뢰성에 큰 문제가 생겼다. 도로에서의 시범주행에서조차 굼벵이나 다름없는 속도로 움직...

Tug of war part 6

 줄다리기 (6) > 1943년 7월 15일 영국 런던 미군의 첫 공세는 아군의 강력한 방어막에 부딪혀 마흔 대가 넘는 전차와 수백 명의 전사자만 내고 종료되었다. 미군과의 첫 교전 성과로 나쁘지 않은 전과다. 패튼이 제아무리 전쟁에 미친 광전사라고 해도 첫 전투에서 이 정도 손실이면 한동안 몸을 사리겠지. “양키들이 슬슬 우리랑 싸우는 게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싶은데………… 에잉.” “염려마십시오. 카우보이 백만 명이 몰려와도 그 백만 명을 모조리 도륙을 내버리면 정신을 차리지 않겠습니까?” 자기가 한 말에 자기가 웃는 괴링에게 그만큼 우리 병사들도 죽지 않겠느냐고 말하려는 순간에 그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총통 각하. 그간 무탈하셨는지요.” BUF 당수 오스왈드 모슬리. “오랜만이오, 모슬리 경.” 모슬리는 그간 고생이 심했는지 전에 봤을 때와 놀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볼은 들어가도 광대뼈는 튀어나왔고 손에는 자잘한 생채기들이 있었다. 감옥에서 꽤 고생 좀 했나 본데. “그간 고생을 제법 많이 한 모양이오." “별거 아닙니다. 탈출하는 과정에서 조금 일이 있었지요.” 모슬리 뒤에는 BUF의 핵심 간부들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표정을 보니 그토록 염원하던 총통과의 만남이 성사되어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반응들이다. 나는 그들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며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치하했다. “대단히 고생했소. 저 비겁하고 무능한 처칠과 똘마니들이 숱한 압력을 행사했을 텐데도 당신들은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았지………… 나는 신념이 있는 자를 좋아하오. 독일인 모두가 마찬가지지.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데 제3제국은 그대들이 보여준 우 호의 모습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외다.” 모슬리와 BUF 간부들은 새삼 뿌듯한 얼굴로 내가 하는 말을 경청했다. 이들의 얼굴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전쟁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전후 탄생할 파시스트 영국의 정부 구성에 대한 대략...

Tug of war part 5

 < 줄다리기 (5) > "조지 S. 패튼 중장이오. 반갑소이다.” “…………버나드 로 몽고메리요. 나도 반갑소." 좋게 말하면 세기의 라이벌, 실제로는 견원지간으로 역사에 기록된 미국과 영국의 두 장군은 악수를 나눴다. 옥스퍼드를 독일군에게 빼앗기고 후퇴에 후퇴를 거듭, 버밍엄까지 도망쳐온 과정에 대해서 몽고메리는 온갖 미사여구를 섞어가며 패튼에게 설명했다. 몽고메리가 설명 과정에서 여러 사족을 많이 달았지만, 패튼은 누구보다 먼저 본질을 파악했다. -독일군은 너무 세다. 그놈들의 전차, 전투기, 소총은 아군의 그것보다 격차가 몇 단계 이상 벌어져 있다. -제공권이 넘어오지 않는 한 공세는 무리고 방어전으로 가야 한다. -지금 병력만으론 공세는 절대 무리.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의 병력이 모여야 시도해 볼 만하다. 나처럼 섣불리 공격했다가 개털되기 싫으면. "장군의 충고는 내 잘 알겠소.” 몽고메리의 차례는 끝났다. 이제 패튼의 차례였다. “하지만 이 먼 후방에서는 전선의 자세한 분위기를 살필 수 없소." "그건 무슨 말이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전략을 세워야겠소.” 패튼은 호전적이었지만, 무턱대고 호전적이지는 않았다. 되려 그는 전략을 세울 때 그 누구보다 신중했다. 공세를 위해선 충분한 물자와 병력이 필수적이지만 공세에 앞서 적의 기세를 살피는 정찰도 대단히 중요하다. 예로부터 정찰을 게을리해서 잘된 군대는 하나도 없었다. 패튼은 공세를 하기 전에 정찰조를 적의 동태를 살피고 적 전선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것을 선호했다. 전선으로 시찰을 나가겠다는 패튼의 말에 몽고메리가 기가 찬 말투로 말했다. “정찰기를 쓰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닐 거요. 애석하게도 이 하늘은 제리들이 꽉 잡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오. 정찰기 외에 이동수단은 차고 넘치니.” “장군님.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좋아. 그럼 가볼까." 패튼 전용 지휘 차량은 윌리스 MB...

Tug of War part 4

 <줄다리기 (4) > 1943년 7월 8일 독일 베를린 신 총통관저 충격적인 소식. 루즈벨트가 죽었다. 역사보다 1년 9개월가량 빠른 죽음이었다. 실제 역사에서도 루즈벨트는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여기선 전국민적인 비난과 국내의 대혼란, 그리고 탄핵 직전까지 갔으니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무리가 갔을 터. 따라서 그가 역사보다 일찍 죽음을 맞이한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오히려 루즈벨트 개인에게는 지금 죽어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죽지 않고 살았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으로 남았을 테니까. 루즈벨트의 죽음이 발표되던 날, 괴벨스는 내게 전화를 걸었다. “경축드립니다. 총통 각하. 사탄이 죽었습니다.” 루즈벨트가 임기 중에 사망한 관계로 대통령 직위는 현 미국 부통령인 헨리 A. 윌리스에게 돌아갔다. 월리스는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무섭게 국내 내부 문제의 진화에 나섰다. 흑인 민권에 관심이 많았던 윌리스는 대통령직 승계 당일 날에 성명문을 발표해 터스키기 매독 실험 사건 책임자들의 문책 및 처벌과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그리고 시위 도중에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나라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아직도 일본군은 남태평양과 광활한 중국을 지배하며 항전을 부르짖고 있고 유럽에서는 우리의 동맹 영국이 독일의 침공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우리는 모든 다툼과 증오의 고리를 끊어내고 다시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외부의 적을 두고 우리 자신들끼리 싸워댄다면 게르니카와 난징, 바르샤바에서 벌어졌던 일이 시카고나 뉴욕에서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부디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를 믿 어주시길 바랍니다.” 한편, 괴링, 괴벨스, 힘러 등 내 측근들은 루즈벨트가 죽었으니 곧 미국이 협상을 요청해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모든 실책은 전임자인 루즈벨트 탓으로 돌리고 부담 없이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미국이 놓치겠느냐면서. 그러나...

Tug of war part 3

 줄다리기 (3) > 힘러의 특급 비책이란, 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 왕비를 닮은 대역을 내세우자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 대역을 써서 우리가 국왕 부부를 포로로 잡은 것처럼 연기하자고?" "예, 총통 각하." 스스로가 대견스럽다는 듯 기세등등한 표정을 짓는 힘러를 브라우히치가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흘끗거렸다. 괴링은 덤덤했고 카이텔은 말없이 와인을 홀짝거렸다. 리벤트로프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 듯한 얼굴이었다. “버킹엄 궁전에서 국왕 부부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저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그 둘과 닮은 대역을 찾기 위해 독일 전역을 뒤졌습니다. 그리고 마침, 어제 그 대역들을 찾아냈습니다. 우리가 국왕과 왕비를 포로로 잡고 있다는 사실이 알리며 항복을 요구한다면 영국인들은 바로 백기를 들 겁니다. 자기네들 목숨보다도 소중한 국왕 부부가 포로가 됐는데 어떻게 전쟁을 계속할 수 있겠습니까?" "......" 힘러의 말대로 국왕과 왕비가 포로가 됐다면 그날로 전쟁이 끝이긴 하다. 당장 항복 안 하면 둘을 죽이겠다고 하면 천하의 처칠이라도 백기를 들 수밖에 없을 거다. 가뜩이나 런던에서 죽겠다고 한 놈이 글래스고에서 멀쩡히 살아있어서 체면이 말이 아닌데, 국왕과 왕비가 죽던, 살던 전쟁 계속하자고 주장한다? 그날로 탄핵을 넘어 모가지가 달아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러의 계획에는 여러 허점이 존재했다. “만약 우리가 포로로 잡은 국왕과 왕비가 대역이라는 것을 저들이 알아챈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리고 만에 하나 저들이 국왕 부부의 안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항전 의지를 보인다면 그때는?” "영국인들에게 상식이란 게 있다면 그럴 리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 상식이란 게 안 통할 경우엔 어떻게 할 거냐고. “힘러 장관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헤스, 너까지 이러기냐, 진짜? 원래 둘이 비슷한 과이긴 해도 너는 좀 나은 줄 알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