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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May,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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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 - 29. 메이드 핀덴아이 입학식이 끝나고, 일주일 지난 로베른 아카데미. 일주일이란 시간에 비해 아카데미에서는 수많은 소문이 떠돌아다니고 있었고, 그 중 대부분은 좋지 않은 것들이었다. 특히나 3층 우측 계단에서 나타나는 몸이 뒤틀린 기이한 남자 이야기가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교수진이 직접적으로 언급해서 접근을 막아놨음에도 호기심 왕성한 학생들은 가서는 다치고 오고는 했다. 뿐만 아니라 전신이 젖은 채로 걸어 다니는 여인, 사탕을 준다는 할머니, 전신의 피부가 뜯겨진 괴인, 다리 없이 팔로만 기어 다니는 남자 등. 수많은 악령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고, 실제로 본 사람들도 넘치도록 많았다. 여자 기숙사 2층 같은 경우는 아예 출입 자체를 통제해뒀는데, 그 이유가 방학 동안 악령에 당해서 혼수상태에 빠진 학생들 때문이라는 건 드문드문 들려오는 소문이었다. 학생들의 로베른 아카데미를 향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져가며 벌써부터 그만두겠다거나 휴학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나날이 늘어가는 와중. 아카데미에 좋지 않은 소문이 또 하나 더 터져 나왔다. “아니, 진짜로?” “어. 내가 봤다니까? 메이드였어.” 그건 바로, 노출이 심한 메이드가 아카데미에 등장했다는 것. “음?” 가뜩이나 머리가 답답하고 아픈 에리카 브라이트였는데 이번엔 또 무슨 소리인가 했다. 단순히 헛소문이거나 아니면 이번에도 괴이한 악령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며 에리카 브라이트는 무시했으나. “키야, 좋은 곳에서 일하시네.” 무례하게도 에리카의 연구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하얀 머리의 적안을 가진 메이드를 보는 순간, 아무리 에리카라도 입을 벌리고 볼 수밖에 없었다. 짧은 치마는 조금만 들춰도 속옷이 바로 보일 것만 같았고, 가슴팍도 훤히 보여서 일하기엔 전혀 적합한 복장이 아니었다. 핀덴아이의 뒤를 우르르 쫓아온 학생들은 연구실 문 밖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구경하고 있었는데,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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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8 - 28. 협상의 실체 잠시 시간을 달라고 말한 뒤, 밖으로 나간 케런과 학장. 묵직하니 문이 닫히자 내 양 옆에서 병풍처럼 서 있던 다리우스와 데이아가 바로 몸을 틀어서 외친다. “갈 생각이 없던 거냐?” “뭐야, 진짜로 안 갈 거야?”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괜히 어깨에 힘이 풀렸다. 썩 어울리는 합창이었다. “그 조건들은 너무 과하지 않아? 그리고 1억 5천에서 정리한다고 말했잖아.” 걱정스러운 듯 물어오는 데이아. 내가 복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보다는 노스웨든에 계속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걱정인 듯 보였다. “요구조건들이 너무 크다. 사적출장 정도는 들어줄 수 있어도 연구기재 사유화랑 밀리니엄 도서관 금서 열람권은…….” 다리우스 역시 마찬가지로 무리한 조건이었다고 안색이 나빠졌다. 그 역시 내가 여기에 있다 보면 가주 자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얼른 보내고 싶어 했다. “들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두 사람이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아카데미는 지금 시간이 없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불러들였다는 사령술사 이후로 죽은 사람은 없겠으나, 그래도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은 꽤나 많을 것이다. 악령들의 심기를 아주 제대로 자극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진짜, 복직할 거지?” “그래, 할 생각이다.” 초조한 듯 물어오는 데이아의 물음에 한숨을 내쉬며 답해주자, 옆에 있던 다리우스가 팔짱을 끼며 턱을 쓰다듬는다. “네가 이렇게까지 대단한 취급을 받게 될 날이 올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2억이면 내 개인자산을 훌쩍 뛰어 넘었군.” “개인자산이 있어? 모든 현금은 가문에 종속된 거 아니었어?” “크흠.” 바로 첫째 오빠를 노려보는 데이아. 아무래도 협상이 끝난 이후에는 두 사람이 따로 또 협상에 들어갈 것처럼 보였다. “하여간 이것들은 어디 뒤에 꽁쳐놓은 게 많아서는.” 힐끔 나를 노려보는 데이아에게 어깨를 살짝 으쓱인다. “나는 없다.” “그러시겠지! 그거 말고, 사령술 같은 위험한 거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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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7 - 27. 협상테이블 “차라도 내어드릴까요?” 케런과 학장을 안내한 하녀가 묻자, 데이우스는 손짓으로 그녀를 물러가게 했다. “괜찮다, 대접할 손님이 아니다.” 대놓고 불청객이라는 말에 학장은 얼굴 피부가 꿈틀거리는 걸 이를 으득 물며 억지로 참아냈다. 그 역시 아카데미의 학장이라는 자리에 앉은 남자. 감정이 격해지고, 판단이 흐려질 때가 있더라도 이렇게 미리 준비된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남자였기에. “미안합니다, 데이우스 교수.” 바로 공손하게 숙이며 시작했다. “교수의 파면은 굉장히 부당했고, 또한 제대로 된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소문에 치중되어 사실관계를 건너뛰었습니다.” 이는 에리카와 기드온이라는 믿음직한 교수들의 증언이 뒷받침되었기 때문도 있었다. 애초에 고작 초빙교수. 그것도 에리카의 연줄이었는데 그녀가 내쳤으니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어 가볍게 쳐낸 것도 좀 있었다. “사과는 필요 없습니다.” 무감정하게 툭 내뱉은 데이우스. 그는 정말로 아무 상관없다는 모습이었다. “제 행동에 대한 의문이 이제는 해소가 되셨을지. 그것부터 여쭙고 싶군요.” 다 알고 있으면서. 케런은 일부러 데이우스가 저런 문답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학장의 입장에서는 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쪽은 절대적인 을의 위치였으니까. “예, 아카데미를 나도는 악령들의 해결을 위함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 “저, 저희 역시 그러한 존재들이 처음인지라 대처에 미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악령. 한 마디로 귀신. 참 신비로운 존재이지 않은가 싶었다. 흑마법사들 중에는 시체를 다루어 언데드로 부리는 존재들이 있다. 이런 자들을 시체술사라고 부른다. 그들은 시체를 사용하는 거지 그 안에 담겨 있던 영혼까지는 다루지 못한다. 그렇기에 흑마법사 중에서도 영혼을 다루는 사령술사는 더욱 귀한 존재였다. 여기서 케런이 나섰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데이우스 경.” 얘기치 않은 간섭에 학장은 당황했으나 데이우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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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 - 26. 꽃이 피는 시기 얽히고설키는 영혼들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어 비명을 지른다. 그들은 마치 이 새벽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자신들의 분노를 풀어내고 있었다. 이제는 그 대상이 명확하지도 않은, 오롯이 감정을 토해내야겠다는 본능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혼돈의 향연. 그 중심에는 자신의 감정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푸른 불꽃이 있었다. 소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오롯이 불꽃으로 영혼들 사이를 휩쓸고 다니는 모습. “…….”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만 같았던 광경이 이제 슬슬 끝을 보이기 시작한다. “새벽녘이 다가온다.” 산맥 너머로 고개를 내밀 준비를 하고 있는 햇빛이 그 광대함을 숨기지 못하고 찬란히도 하늘을 밝혀온다. 아직 빛이 대지에 닿지는 못했으나, 금방이라도 도달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저 눈을 감고, 이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렸기를 바라줄 뿐이었다. 날이 밝아온다. 달아올랐던 흥분을 가라앉히고. 난리통에 흐트러진 몸을 추스르며. 번잡해진 주변을 정리할 때가 왔다. 축제는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않는다. [죽어어어어어!] [저주한다! 끝까지 네놈을 저주한다아아아!] [끼에에에에에엑!] 악령들은 여전히 끝내고 싶지 않다며 발버둥치듯 굴고 있었으나, 그런 자들은 에밀리의 불꽃이 휘몰아치며 억제한다. 산맥 너머로 빼꼼 보이는 원형. 햇빛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하자, 고철상이 억제하던 주변의 영혼들은 한 발 먼저 물러가기 시작했고. 공동묘지에 따스한 빛이 닿자 흥분해서 발버둥치던 이들은 서서히 멈춰서기 시작했다. 새벽을 불태우며 지새웠다. 아침 해가 떠올랐으니, 이제는 잠들 시간이었다. “이해한다, 너희의 한과 억울함은 언제까지고 풀리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제 알아차렸을 거다. 그건 풀 수 없는 거라는 걸. 복수란 통쾌하며, 짜릿하지만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왜냐하면. 너희는 전부 죽었으니까. “그렇게 서로를 향해 물어뜯고, 시기하고, 발버둥 쳤으나. 막상 남은 건 무엇 하나 없다.” 광기에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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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5 - 25. 동이 트기 전까지 끼이익. 불꽃이 튀며 타닥거리는 소리만이 남아 있는 지하.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작은 등불 빛이 쭉 뻗으며 내부를 비춘다. 그것이 끝에 있는 푸른 불꽃으로 이루어진 소녀에게 닿자, 땅을 내려보고 있던 소녀는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맞은 에밀리에게 핀덴아이는 웃으면서 물었다. “분은 조금 풀렸니?” […….] 핀덴아이의 물음에 소녀는 자신의 손을 살짝 내려다본다. 사령술사의 불꽃은 영원에 가까운 고통을 줄 수 있다 생각했으나. 소녀의 원한과 합쳐진 결과일까, 의외로 며칠가지 못하고 마알크스의 영혼은 완전한 소멸을 이루었다. [복수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느긋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며 핀덴아이가 부드럽게 묻자, 에밀리는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듯 숨을 고른다. 푸른 불꽃이 일렁이며 에밀리의 마음이 불안정하다는 걸 알리고 있었다. [연구소장이 제 손아귀에서 고통에 부르짖고, 용서를 구하고, 사죄하는 모습은 분명 통쾌했지만.] “…….” [그렇지만 그가 완전히 소멸한 이후에도 제 안에 응어리는 여전히 남아 있어요.] 이해하고 있다며 핀덴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쩍 바깥을 가리킨다. “그래서 우리 주인놈이 너를 위한 무대를 만들어놨는데, 가보지 않을래?” [……그게 정말 맞을까요?] 에밀리의 질문에 핀덴아이는 소녀와의 질의가 즐겁다는 듯 웃어주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다. [지금 제가 간다면 디트로스 베르디에게도 같은 고통을 줄 수 있겠죠.] “맞아, 마알크스랑 똑같이 네 앞에서 비명을 지르고, 무릎을 꿇으며, 사죄할 거야.” [그랬다가 그가 마알크스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소멸을 이루면요?] 소녀가 걱정하는 건 단순히 복수를 하고 싶다 같은 게 아니었다. 이미 마알크스를 소멸시킨 그녀는 그것이 생각 이상으로 허탈했으며. 또한 그렇게 하더라도 결국 자신의 안에 있는 응어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디트로스 베르디도 소멸했는데, 저는 아직도 원한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