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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December, 2023

Rain

 <비가 내리다> 1943년 11월 21일 소련 비스크 스탈린의 명으로 보로실로프, 부든늬에게 날아간 흐루쇼프는 둘에게 스탈린의 경고를 전달했다. 절친 코바의 분노를 실감한 둘은 더욱 다급해졌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전황은 그들에게 유리했다. 시베리아 혁명정부의 반란군은 나름 악착같이 싸웠지만, 병력의 숫자와 장비의 질적 차이가 너무나 컸다. 아무르주에서 일어난 유대인 자치주의 반란으로 진압군의 병력이 양분되기는 했지만, 전세에 큰 변화는 없었다. 진압군이 어느새 시베리아 혁명정부의 수도 노보시비르스크 코앞까지 진격해오자 쿨리크와 그의 참모들은 비스크로 도피했다. 쿨리크는 자신이 진압군에게 생포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다. 그랬기에 그에게 투항이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독일이 밀고 들어오기를 바랐다. 이 경우, 소련군은 독일군을 막기 위해 서쪽으로 전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리된다면 쿨리크의 반란군은 기사회생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쿨리크가 반란을 일으킨 지 3주가 넘었는데도 독일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멍청한 독일 놈들. 역사에 둘도 없을 절호의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차 버리다니. 히틀러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쿨리크는 소련을 공격해 자신을 돕지 않는 독일을 향해 온갖 욕을 퍼부어댔지만, 그런다고 한들 변하는 것은 없었다. 이제 어떡하면 좋지? 이미 반란을 일으킨 이상 쿨리크가 소련에서 계속 살기 위해선 반란이 성공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반란은 지금 실패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머리를 감싸 안고 고민하던 쿨리크는 이내 결단을 내렸다. “중국으로 간다.” “예?" 쿨리크의 입에서 나온 중국행에 그의 부하들은 자기도 모르게 반문했다. 하지만 곧 그들도 중국행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음을 깨달았다. 어차피 지리적인 여건상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몽골과 중국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몽골은 공산주의 국가로, 몽골 국가...

Dark Clouds part 7

 < 먹구름 (7) > 공산당에 불만이 많은 것은 비단 중앙아시아인들만이 아니었다. 원 역사의 나치가 유독 악명이 높아서 그렇지, 러시아도 나치 독일의 등장 이전까지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반유대주의 국가. 이러한 점은 차르 체제가 무너지고 공산당이 권력을 쥐게 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유대인들은 러시아에서 차별받는 존재들, 더러운 자본주의에 타락한 인종 부산물들이었다. 본인부터가 반유대주의자였던 스탈린은 독일의 히틀러가 반유대주의를 청소하고 폴란드 유대인들을 우대하는 모습을 보이자, 자국 내 유대인들을 더더욱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었다. 본래 유대인들이란 돈에 따라 움직이는 족속들. 돈만 주면 제가 태어난 조국도 파는 놈들이 소비에트에는 얼마나 충성하겠나? 멀리 갈 것도 없이 폴란드의 유대인들을 보라. 히틀러와 나치가 조금만 우대해주니 폴란드 유대인들이 앞장서서 폴란드인들을 탄압하고 있지 않은가? 전쟁이 터지고 소련 당국에 의한 유대인 탄압은 더더욱 심해졌다. 스탈린의 지시로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살던 고향에서 머나먼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극동으로 유배되었다. 이에 반발하는 자들은 모두 처형되거나 굴라그로 보내졌다. 이중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이송된 곳은 만주국 국경과 맞닿아 있는 아무르주 남부였다. 스탈린은 아무르주 남부에 유대인 자치주(EBpeğckan aBTOHOMHAA OÁMacTb)를 세우고 이곳에 대량의 유대인들을 강제로 이송했다. 유대인 자치주에 강제로 이주당한 유대인들은 혹독한 추위와 부족한 배급으로 인해 많은 수가 병사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유대인들의 대우는 나아지지 않았다. 되려 더 혹독해졌으면 혹독해졌지. 유대인들의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을 때, 시베리아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중앙아시아인들도 소련 체제에 대항해 게릴라 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공산당의 정보 통제에도 소문은 차츰차츰 소련 전역으로 퍼졌고, 유대인 자치주에도 반란에 대한 소문이 닿았다. “우리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오....

Dark Clouds part 6

 <먹구름 (6) > 카윰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 아, 여기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는 그의 모습에 감탄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뿐이니 오해는 하지 말도록. 그래도 남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도 내 인상에 적잖이 영향을 줬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군. 카윰과 함께 관저로 초대된 투르키스탄 통일위원회의 구성원들-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도 대체로 우리 측의 요구사항을 거의 다 수용했다. 애초에 독일에 살면서 독일 돈으로 밥 먹고 옷 입고 침대에서 자는 처지라 그들이 우리의 요구를 거부할 리가 없었다. 샤흐트는 아직 소련을 공격한 것도 아닌데 벌써 조약을 체결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냐며 툴툴거렸지만, 막상 회담이 끝난 뒤에는 대단히 만족한 모습이었다. “거, 나한테 설레발 치는 거 아니냐고 핀잔줄 때는 언제고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오?? “아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냥 제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것이니까요. 이번 일과는 무관합니다.” 예, 예. 참 어련하시겠습니다. 사실상 헐값에 중앙아시아에 널린 각종 자원을 들여올 수 있다는 사실에 샤흐트는 입꼬리가 승천할 지경이었다. 동석했던 풍크가 나중에 투르키스탄인들에게 욕 좀 먹겠다고 말하자 샤흐트는 그럴 리 없다고 말을 잘랐다. “우리는 우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저들의 독립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줬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조금 가져가는 것일 뿐이네. 그렇지 않습니까?” “암. 그렇고말고. 조금 빨대야 꽂겠지만 그들 몫은 남겨놓을 것이니 후대에 욕먹을 걱정은 하지 마시오. 그렇게 따지자면 폴란드인들과 체코인들은 우릴 얼마나 욕하고 있겠나?” 중앙아시아의 미래를 결정할 회담이 끝나고 이번에는 구데리안과 독대하여 현재 진행 중인 전차 개발 및 생산 현황에 대해 보고받았다. 티거는 올해 연말까지 생산하고 내년 1월부터 중단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에 생산이 중단되었다. 티거보다 고성능의 ...

Dark Clouds part 5

 <먹구름 (5) > 쿨리크가 시베리아에서 일으킨 반란 소식을 스탈린은 소련 인민들에게 철저한 비밀로 했다. 이유는 당연히 소련 각지에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본래 인간은 분위기에 휩쓸리는 동물이라, 불온한 소식을 들으면 불온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인민의 안전과 사회의 혼란 방지’를 위해 스탈린은 반란이 일어난 시베리아군관구로 통하는 철로를 봉쇄하고 전화를 차단했다. 심지어 병사들에게도 반란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사실을 아는 건 오직 소령 이상 계급의 장교들뿐. 장병들은 시베리아에 도착한 후에서야 반란이 일어났고, 자신들이 그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순 훈련을 위해, 혹은 주둔지 재배치 문제로만 여겼던 병사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소비에트 연방에 반란이라니. 누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말인가? 굴라그에 수용된 반동분자들이? 혹은 유대인들? 아시아의 이슬람교도들이? 반란을 일으킨 주범이 전쟁 당시 프라우다에서 찬양해 마지않던 쿨리크 원수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병사들의 충격은 깊이를 더했다. 미리 정해둔 각본에 따라 쿨리크에게 독일의 스파이들이 접근해 그에게 돈과 권력을 약속했고, 나치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쿨리크가 굴라그에 수용된 죄수들에게 무기를 쥐여주고 자신의 졸개들로 삼아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는 설명이 병사들에게 배포되 었지만, 호응은 없었다. 우릴 바보로 아나?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정말로 쿨리크가 나치의 스파이였다면, NKVD는 어째서 그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알았단 말인가? 쿨리크의 반란에 병사들의 적개심을 사기 위해 NKVD가 제조한 각본은 되려 병사들의 의구심만 증폭케 하는 역효과만 낳았다. NKVD의 단속에도 반란에 대한 소식과 의구심은 소련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베리아에서 일어난 쿨리크의 반란 소식에 대해 알게 되는 인민들의 수는 빠르게 늘어났다. 공산당은 차마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아니라고 거짓말할 수 없었다. 이미 ...

Dark Clouds part 4

 < 먹구름 (4) > 쿨리크의 계획에 반란은 존재하지 않았다. NKVD 체포조가 그를 찾아오기 전까지는. 체포조를 처형한 뒤 쿨리크는 머리를 굴렸다. 일단 당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있기로 했지만, 이것이 오래가지는 못한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쿠이비셰프에선 앞서 보낸 체포조가 연락 한 통 없는 것을 수상히 여기고 곧 다음 체포조를 보내거나 노보시비르스크의 군 병력과 연락을 시도할 것이었다. 쿨리크 일당에게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사흘에서 나흘 정도. 쿨리크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병력과 물자부터 헤아렸다. 소련군 대다수 병력이 새로 형성된 자유 러시아와의 국경에 몰려있었기에 후방인 시베리아에는 병력이 얼마 없었고, 넓이가 넓이인지라 가장 가까운 부대 사이의 거리가 몇십km나 되었다. 무장은 전장에서 도태된 구형 무기들이 대다수고 신형 무기는 드물었다. 차량도 부족해서 일부 부대는 트럭이 한 대도 없고 말들이 끄는 썰매만 있었다. 그러나 이들 외에 쿨리크가 가진 패는 없었다. 그리고 제아무리 무장이 형편없는 수준이라 해도 10만 명이 넘는 병력은 결코 하루아침에 제압할 수 없다. 무기가 제아무리 낡았다고 한들 사람을 죽일 수 없는 것은 아니었고 전차와 항공기 전력도 미약하게나마 있으니 잘만 활용한다면 충분히 제값을 할 수 있을 터였다. 동시에 쿨리크는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에서 일어나는 소수민족들의 사보타주에 집중했다. 자신이 반란을 일으키고 여기에 소련 체제에 불만이 많은 소수민족까지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서기장이 보낸 진압군과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계산을 마친 쿨리크는 ‘시베리아 혁명정부’의 수립 및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적백내전이 끝난 지 20년 만에 러시아에서 다시 내전이 일어났다. *** 1943년 10월 28일 소련 쿠이비셰프 “쿨리크! 쿨리크! 이 이 망할 개새끼가아!!!" 스탈린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비록 처형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한때나마 그...

Dark Clouds part 3

 < 먹구름 (3) > 독일과 이전의 악연을 청산하고 함께 영미를 공략하기를 바랐던 일본의 희망은 망상으로 끝났다. 히틀러는 일본을 도와 미국과 전쟁을 이어나갈 생각이 없었고, 미국 정복이라는 망상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독일이 미국과 강화하고, 미국이 태평양에 전력을 집중하자 일본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영국은 독일에 의해 몰락했지만, 태평양 방면에서 가해지는 미국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유럽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본 미국은 대일전의 승리로 대독전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했다. 영국에 배치될 예정이었던 병력과 그 병사들에게 배급될 식량, 병사들이 사용할 연료, 탄약, 무기, 차량, 항공기가 태평양에 집중적으로 배치되면서 겨우겨우 버티기 바빴던 일본군의 전선은 순식간에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버마 방면의 미군, 국민혁명군, 그리고 소수의 영국군과 인도군은 대공세를 펼쳐 버마에서 일본군을 몰아냈다. 버마에서 쫓겨난 일본군은 태국으로 퇴각해야 했다. 일본의 협박과 회유에 넘어가 영미에 선전포고한 태국은 경악했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아시아와 태평양을 집어삼키며 '신이 지켜주는 나라’라고 꺼드럭거릴 때는 언제고 지금은 연합군의 입김 한 번에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가는 꼴이라니! 버마에서 발진한 미국의 B-17은 이제 태국의 도시들과 태국에 자리한 일본군의 비행장을 거리낌 없이 폭격했다. 놀란 태국 정부는 비밀리에 미국과 접촉해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해명했다. 일본과 협력한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태국 정부는 결코 미국을 적대할 생각이 없다고. 그리고 기회만 된다면 일본에 맞선 연합군의 대열에 합류할 의사가 있다고 말이다. 미국은 태국 정부의 박쥐 짓에 조소했지만 그렇다고 태국의 협력 제안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의 목표는 도쿄에 성조기를 꽂고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지 태국이 아니었으니까. 태국이 일본을 향해 알아서 총부리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태국의 대미 선전포고는 충분히 용서할 수 있었다. 버마를 탈환함에 따라 중국은 미국의 랜...

Dark Clouds part 2

 < 먹구름 (2) > “볼셰비키들이 5년 전처럼 자기들끼리 서로 죽이는 중이라고 하오.” 전 소련군 중장이자 현 자유 러시아 공화국 초대 대통령 블라소프가 발언하자, 블라소프의 맞은편 자리에 앉은 로자예프스키 총리가 조소하며 말했다. “역시 빨갱이들은 하루라도 피를 보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과거 대숙청을 직접 경험했던 블라소프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대숙청으로 유능한 장교들을 죄다 처형해버린 탓에 전쟁에서 지고 말았는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고 되려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다니. 역시 제 버릇은 남 못 주는 건가. 그러나 스탈린의 본성이 변하지 않은 것이 블라소프 입장에서는 호재였다. 동서로 나뉜 러시아를 하나로 통일하고 러시아 인민들을 해방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소련이 내부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지금 기습을 가하면, 소련은 그대로 무너져내리고 말 것이다. 끝을 모르는 볼셰비키의 폭정과 스탈린의 폭압적인 통치로 고통받고 있는 러시아인들은 자유 러시아군을 해방자로 반길 것이고, 유능한 장교들이 처형된 소련군은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갈 것이다. 물론 자유 러시아군이 소련군보다 완벽하게 우위에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유 러시아의 뒤에는 독일이 있었다. 그리고 자유 러시아의 영토에는 독일군과 추축군 수십만 명이 주둔 중이었다. 영미와의 전쟁이 끝난 관계로 독일은 병사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수백만 명이 현역인 상태. 따라서 소련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지금이 기회였다. “하지만 히틀러 총통이 과연 승인해주겠소?” 자유 러시아 국방장관을 맡은 크라스노프가 발언했다. 그 역시 소련을 공격해 러시아를 통일하고 러시아 인민들을 해방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지만, 독일이 소련을 공격한다는 자유 러시아의 계획을 수락해줄지에 관해선 의문을 품고 있었다. “영미와의 전쟁이 끝났는데 바로 소련과의 2차전이라니. 히틀러 총통의 성격상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까 싶은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육군총사령관...

Dark Clouds part 1

 < 먹구름 (1) > 마침내 전쟁이 끝났다. 드디어 유럽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지크 하일! 마인 퓌러!" “도이칠란트 위버 알레스!” “해냈어! 독일이 해냈다고!” 영국 본토 정복, 그리고 미국과의 강화조약 체결이 발표되면서 독일의 거리는 매일같이 축제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맥주홀은 승전을 축하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밤이면 밤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과 그들 때문에 난감해하는 경찰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거주민 중 덴마크행을 원하는 주민들은 배를 타고 본국으로 보내졌다. 잔류를 선택한 주민들은 신생 아이슬란드 공화국과 그린란드 공화국의 첫 국민이 되었다. 전쟁도 끝났으니, 전시에 징집된 병사들을 제대시켜 각자의 고향과 집, 일터로 돌려보내는 작업 또한 빠르게 진행되었다. 제일 먼저 기혼자에 처자식이 있는 예비역들이 먼저 전역 증명서를 받았다. 전역 증명서를 들고 고향으로 돌아온 군인들은 역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사람들의 격한 환영을 받았다. 조국 독일에 위대한 승리를 가져다준 자랑스러운 독일의 아들들로서 금의환향하게 된 군인들에게 시민들은 선망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모두가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전쟁에서 패배한 영국의 장병들이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되어 고국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꽃다발과 플래카드를 든 인파가 아닌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들의 황량한 전경이었다. 미국과 맺은 협정에 따라 해방되어 미국에 도착한 병사들은 가족과의 재회라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그들은 미국에 도착하기 무섭게 그들이 원래 있어야 하는 곳으로 재배치되었다. 아직 아시아에서는 전쟁이 한창이었다. 유럽에서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던 미국은 유럽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과의 전쟁에 더욱 집중했다. 유럽 방면에 투입되었던 육군, 항공, 해군 전력이 모두 태평양으로 재배치되었고, 장군들은 독일의 공세로부터 영국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닌, 하루빨리 도쿄로 진군하기 위한 전략을 연구했다. 그...

Grand Compromise

 < 대타협 > 영국 고위직 중에서 처칠 외에 포로가 된 인간은 한 명 더 있었다. 도살자 해리스로 유명한 영국 공군 폭격기 사령관 아서 해리스가 그 주인공 되시겠다. “아니. 그 인간은 어쩌다 포로로 잡힌 거요?” “보고받은 바로는 병사들과 함께 싸우며 죽겠다고 소총을 들고 싸우다가 후방을 기습한 아군에 의해 포로가 됐답니다. 자살하려고 권총을 머리에 겨누려 했는데, 공격하려는 것으로 오해한 병사가 총을 쐈다고……” 해리스는 지금도 병실에서 게슈타포의 삼엄한 감시를 받으며 의사들의 정성 어린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야 아주 건강한 상태로 재판을 받지 않겠는가. 연합군이 종전 후, 독일과 일본의 전범들을 재판대에 세워 단죄했던 것처럼 나 역시 조만간 이놈들을 재판대에 세워 전쟁을 일으킨 죄를 물을 것이다. 독일이 선이자 정의고, 전쟁을 일으킨 영국이 악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해서. 그러나 영국은 점령했어도 아직 처리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전쟁으로 개박살 난 영국을 재건하는 일과 반(半) 벌거숭이 상태나 다름없는 영국인들이 굶어 죽지 않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사안은 바로 미국과의 전쟁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10세는 영국을 점령했으니 이제 덴마크령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탈환해달라고 매일같이 내게 장문의 전문을 보내오고 있었다. "가능하겠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절대 불가입니다.” 답이 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군들과 아이슬란드를 공격하는 방안에 대해 토의해봤지만, 결과는 매번 같았다. 현재 국방군의 능력으로는 아이슬란드 탈환은 절대적으로 무리다. 당장 바다사자 작전도 역정보를 열심히 뿌려 처칠이 영국군을 중동과 인도 일대로 재배치하게 한 뒤 빈집털이를 감행해 겨우 성공했다. 만약 영국이 자국 해군을 본토로 집중시킨 상태에서 감행했다면 바다사자 작전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독일의 기만술에 당한 적들이 한 번 더 당해줄 리가 없다. 그것도 아이슬란드...

Price of hypocrisy

 <위선의 대가> 1943년 8월 25일 독일 베를린 프린츠 알브레히트가 8번지 게슈타포 본부 프리덴탈 특무대에 의해 생포된 처칠은 곧장 독일로 이송된 뒤 독일 최고의 의사들에게서 정성스러운 치료를 받았다. 애당초 부상의 수준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가 아닌지라 현재 처칠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다. 정신적인 건강은 그 반대겠지만. 처칠의 망연자실한 얼굴을 보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더 큰 재미를 위해서 꾹 눌러 참았다. 그 대신에 처칠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게슈타포 본부 지하실에 처박아두고 24시간 내내 철저히 감시하라고 단단히 일러뒀다. 프린츠 알브레히트가 8번지에 자리한 게슈타포 본부 지하실은 ‘유보트’라는 은어로 불렸다. 물이 항상 고여있어서 축축한 데다 지하실이란 특성상 자연적인 빛은 전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었다. 또 바닥과 벽이 고무로 되어있기 때문에 벽이나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자살을 기도할 수도 없었다. 지하실에 갇힌 처칠은 내가 기억하는 모습보다 초췌해 보였다. 하기야 그토록 증오하던 독일군의 포로가 됐으니,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야 안 받을 수가 없겠지. 내가 지하실 안에 들어섰을 때, 처칠의 양손은 의자에 결박되어 있었다. 그의 뒤에는 서슬 퍼런 눈빛을 한 건장한 체격의 게슈타포 요원 두 명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하일 히틀러!" “지크하일." 처칠은 나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이내 표정을 바꿔 죽일듯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깡다구 하나는 인정해줘야 할 것 같군. 내가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런 표정을 지어 보일 수 있다니. 괜히 실제 역사에서 그 많은 실책을 저질러놓고서 총리직을 두 번이나 해먹은 게 아닌 모양이다. “허허.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오겠소.” 통역을 맡은 게슈타포 요원이 영어로 통역해서 처칠에게 들려줬다. 처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기만 했다. “영국 총리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으니 자네만 남...

Path to ruin part 8

 <파멸의 길 (8) > 버크힐의 방어선이 돌파당하던 무렵, 퍼싱 60대가 대서양을 건너 영국에 추가로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하고 보니 이미 영국은 패망 직전이었고 연합군은 퇴각하기 바쁜 상황. 온갖 고생을 하며 바다를 건너온 퍼싱을 도로 배에 실어서 보낼 수도 없었다. 당장 전선에는 독일군의 진격을 저지할 전차가 필요했고, 가까운 아이슬란드로 병력과 피난민들을 태워 나르는 게 우선이었다. 영국에 도착한 퍼싱들은 독일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즉시 열차에 실려 최전선으로 향했다. 최전선에 도착한 퍼싱은 각 주요 지역마다 배치되어 독일군의 진격을 저지하는 임무를 맡았다. “1시 방향에 적 전차! 거리 720, 철갑탄!” "장전 완료!" “조준 완료!" 전차장의 입에서 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포수는 발사 페달을 힘껏 밟았다. 날이 잔뜩 선 쇳소리가 울리고, 전면장갑에 구멍이 뚫린 헷처에서 전차병이 꾸물거리며 기어 나왔다. 헷처는 무게 대비 장갑과 화력이 뛰어난 편이었지만, 내부가 좁아 승무원들이 밀집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적탄에 관통당하면 승무원들이 그대로 몰살당하는 일이 흔했다. 장갑을 관통한 철갑탄에 의해 조종수, 포수, 탄약수가 몰살당하고 전차장만 살아서 탈출한 것이었다. 헷처의 75mm 주포는 퍼싱의 전면장갑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퍼싱의 탄약수는 적탄이 전차의 장갑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다음 포탄을 장전했다. "장전 완.." 철갑탄을 약실에 밀어 넣고 폐쇄기가 닫히려는 것을 확인하는 찰나 전차에 충격이 전해졌다. 불꽃과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자욱한 연기가 전차 내부에 가득 찼다. “크하악!" “탈출, 탈출해!" 만신창이가 된 전차병들이 해치를 열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조종수와 전방사수는 포탄이 장갑을 관통하자마자 즉시 사망한 탓에 전차에서 나오지 못했다. “명중!" “한 대 잡았다!” 정면에서 퍼싱을 격파한 판터의 승무원들이 만세를 불렀다. 같은 75mm 구경이어도 판터...

Path to ruin part 7

 < 파멸의 길 (7) > 포격이 멈추고 전차들이 보병들을 거느리고 돌격해왔다. 영국군은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방패 삼아 저항했지만, 독일군의 진격을 늦출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었다. 건물 내부나 혹은 골목에 숨은 대전차포나 바주카를 든 병사들은 전차가 지나갈 때를 측면을 노려 쏘는 방법으로 몇 대의 전차를 격파했지만, 곧바로 전차를 후속하는 보병들에게 벌집이 되었다. 발포하기도 전에 보병들에게 발각당해 역으로 당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카앙! “뭐, 뭐야 씨발?!" 티거의 포탑 측면에 분명 철갑탄을 명중시켰지만, 포탄이 관통하지 못하고 튕겨 나오자 2파운더의 포수는 당황했다. 적과의 거리는 불과 70m. 이 정도 거리라면 충분히 뚫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타격이 하나도 없는 적을 보며 대전차포병들이 당황하는 사이 티거는 느긋하게 정면의 바리케이드를 향해 포격했다. 경대전차포 따위른 티거에 흠집조차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전차병들은 측면을 내버려 둔 채 정면의 적들에 신경을 썼다. 어차피 측면의 적들은 보병들이 대신 처리해줄 터였으니. 티거를 따라다니는 기갑척탄병들이 달려와 수류탄을 던졌다. 수류탄을 피해 달아나던 영국군은 기갑척탄병들이 쏘아대는 돌격소총에 쓰러졌다. “도망쳐, 씨발! 저 괴물들을 상대로 싸우라니 뭔 개소리야!" "항복! 항복!" 전의를 상실한 병사들은 명령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도망치거나 백기를 들고나왔다. 사정이 급했던 영국군은 전시용으로 놔뒀던 1차대전의 유물까지 들고나왔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전장을 누볐던 MkV가 덜커덕거리며 굴러오자, 티거의 전차병들은 깜짝 놀라 탄성을 질렀다. 아버지와 삼촌들이 전장에서 싸웠던 놈과 자신들이 싸우게 되리라곤 몰랐는데. 탄성이 비웃음으로 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전차장은 포수에게 전차를 조준하라고 지시했고 포수는 88로 적의 정면을 겨냥했다. 영국의 유물이 발포해 티거의 전면장갑을 때렸지만, 표면에 그을음만 남기...

Path to ruin part 6

 <파멸의 길(6)> "급보입니다! 방금 영국군 제8군 사령부가 특일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령부가? 패튼이 놀라서 되물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사령부가 공격당했다니. 도무지 현대전에서 있을법한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몽고메리는? 죽었나, 살았나?" .사령부가 공격받기 전에 급히 참모들과 함께 후방으로 도... 퇴각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연락두절 됐습니다:" 밥맛인 용고메리가 축든 말든 알 바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지금 죽는다는 것이 아군예게 좋은 일이 아님은 패튼도 알았다. 사령부에까지 독일군이 쳐들어올 정도면, 이미 영국군은 붕괴 직전이거나 혹은 이미 붕괴한 상태일 터 측면의 영국군이 무너졌으니, 독일군이 아군을 포위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패튼은 이를 약물었다. "퇴각한다. 지금 당장 전군에-" -제3기같사단이 블괴되었습니다!" 패튼이 입을 열기 무섭게 방에 구멍이 품렸다는 급보가 날아들었다. "제3기갑사단 인근 제2보병사단도 돌파당했습니다! "각하, 방금 전에-" "." 이어 도미노처럼 어디가 돌파당했다, 어디에서 지원을 요청 중이라는 보고가 쇄도했다. 패튼은 주먹을 렌 손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빌어처먹을. 제리들이 이털게나 빠를 줄이야. 전방의 아군 사단들은 너무 늦었다. 지금 그들에게 퇴각 명령을 내린다 한들 결과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구할 수 있는 부대들이라도 구해야 했다. "모두 짐 싸. 여긴 곧 뚫린다. 전방 사단들에.". 끝까지 위치를 고수하라고 전하도록." -그랬다간 제리들에게 포위당하고 말 겁니다. 참모장의 말에 패튼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나도 알아. 하지만 그들을 모두 구하기엔 너무 늦었어. 그들에게도 퇴각 명령을 내렸다간 더한 참사가 일어날 결세." ".."알겠습 니다. 패튼은 속이 쓰렸다. 미합중국의 아들들에게 기꺼이 미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