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h to ruin part 7

 < 파멸의 길 (7) >

포격이 멈추고 전차들이 보병들을 거느리고 돌격해왔다. 영국군은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방패 삼아 저항했지만, 독일군의 진격을 늦출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었다.

건물 내부나 혹은 골목에 숨은 대전차포나 바주카를 든 병사들은 전차가 지나갈 때를 측면을 노려 쏘는 방법으로 몇 대의 전차를 격파했지만, 곧바로 전차를 후속하는 보병들에게 벌집이 되었다.

발포하기도 전에 보병들에게 발각당해 역으로 당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카앙!

“뭐, 뭐야 씨발?!"

티거의 포탑 측면에 분명 철갑탄을 명중시켰지만, 포탄이 관통하지 못하고 튕겨 나오자 2파운더의 포수는 당황했다.

적과의 거리는 불과 70m. 이 정도 거리라면 충분히 뚫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타격이 하나도 없는 적을 보며 대전차포병들이 당황하는 사이 티거는 느긋하게 정면의 바리케이드를 향해 포격했다.

경대전차포 따위른 티거에 흠집조차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전차병들은 측면을 내버려 둔 채 정면의 적들에 신경을 썼다.

어차피 측면의 적들은 보병들이 대신 처리해줄 터였으니.

티거를 따라다니는 기갑척탄병들이 달려와 수류탄을 던졌다. 수류탄을 피해 달아나던 영국군은 기갑척탄병들이 쏘아대는 돌격소총에 쓰러졌다.

“도망쳐, 씨발! 저 괴물들을 상대로 싸우라니 뭔 개소리야!"

"항복! 항복!"

전의를 상실한 병사들은 명령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도망치거나 백기를 들고나왔다.

사정이 급했던 영국군은 전시용으로 놔뒀던 1차대전의 유물까지 들고나왔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전장을 누볐던 MkV가 덜커덕거리며 굴러오자, 티거의 전차병들은 깜짝 놀라 탄성을 질렀다.

아버지와 삼촌들이 전장에서 싸웠던 놈과 자신들이 싸우게 되리라곤 몰랐는데.

탄성이 비웃음으로 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전차장은 포수에게 전차를 조준하라고 지시했고 포수는 88로 적의 정면을 겨냥했다.

영국의 유물이 발포해 티거의 전면장갑을 때렸지만, 표면에 그을음만 남기고 전차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발사!"

약실에 장전된 포탄은 철갑탄이 아니라 유탄이었지만, 이조차 Mk V의 상대로는 과도한 화력이었다.

지연으로 세팅된 88mm 유탄은 Mk V의 전면을 관통해 내부를 완전히 헤집어놨다.

폭발의 충격으로 좌우 궤도가 모두 끊어지고 전투실이 통째로 뜯겨 날아간 MkV를 보며 전차병들은 폭소했다.

난전으로 혼란이 된 글래스고 시내에, 자유 폴란드군 차림을 한 한 무리의 병사들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폴란드군의 상징 차프카를 쓴 병사들은 운 좋게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목표물이 있는 글래스고 시청 건물 앞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정말로 여기가 맞을까요?”

"SD에서 알아낸 정보가 사실이라면 그렇겠지. 아니면 우린 다 뒈지는 거고.”

“돌겠네, 정말."

퓔케르샴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슈코르체니는 영국군에게 죽는 것보다 아군이 쏘아 올린 포탄에 맞아서 죽는 것을 더 걱정했다.

적군에게 죽는 건 상관없지만 아군이 쏜 포탄에 죽는 건 너무나 비참한 죽음 같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같은 아군에게 죽는 것보다 군인에게 더 비참한 죽음이 있을까?

그 때문에 슈코르체니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폴란드군 군복 안에 독일군 군복을 입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그의 부하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정지! 어느 부대냐?"

예상대로 목적지 주변에는 영국군 방어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수가 적었다. 소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국군을 보며 슈코르체니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미리 정해둔 시나리오대로 필케르샴이 나서서 영국군 헌병의 물음에 답했다. 그가 머리에 쓴 차프카를 손으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보면 모르시오? 우리는 폴란드군이오."

푈케르샴이 유창한 영어로 영국군과 대화를 나누는데 눈먼 포탄 한 발이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우렁찬 폭음을 만들어냈다.

영국군 헌병들이 놀라 엎드리자, 기회라고 판단한 슈코르체니가 외쳤다.

"지금이다! 사격 개시!"

슈코르체니의 명령과 동시에 자유 폴란드군으로 위장한 프리덴탈 특무부대의 병사들이 일제히 기관단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위장을 위해 지급된 미제 톰슨 기관단총과 MP28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총알을 토해내자, 영국군 헌병들은 삽시간에 벌집으로 변했다. “가자! 처칠을 체포한다!”

***

보다 직접적으로 들려오는 총성에 처칠은 화들짝 놀랐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인해보러 가겠다던 병사가 헐레벌떡 뛰어와 소리쳤다.

“각하! 적습입니다!”

"뭐라고?"

“독일군입니다! 제길, 제리들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게 무슨.......

처칠은 머릿속이 하얗게 질리는 듯했다. 이미 죽기로 각오했지만 지금 이 시기에 독일군이 이곳을 급습해오리라곤 꿈에도 몰랐다. “각하! 얼른 대피하셔야 합니다!”

처칠의 결심을 망각한 듯 병사는 처칠에게 대피를 권했다. 처칠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난 여기서 죽기로 결심했네. 내 말하지 않았나?"

병사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처칠에게 고개를 숙인 뒤 독일군과 응전 중인 전우들을 도우러 달려갔다. 총성 사이로 비명이 들렸다.

처칠은 조급해졌다. 독일군이 이곳까지 닿으려면 최소 몇 분의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에 얼른………….

“나도 여기까지구만."

처칠은 피우다 만 시가를 구석에 던져버리고 리볼버에 총알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손이 떨려 장전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이래선 안 되지. 죽기로 결심하지 않았나. 처칠은 결심을 굳히고 총알을 마저 집어넣었다. 총성은 더욱 커졌다.

소련의 장군 주코프는 스탈린의 명령으로 크렘린에 병사들과 함께 남아 마지막까지 제리들과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한다.

공산주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증오하는 처칠이었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그의 최후만큼은 부러웠다.

차라리 자신도 자살할 게 아니라 적과 싸워야 하나? 운이 좋다면 제리 한 놈쯤은 골라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처칠은 망설였다.

자신이 자살한다면 자신의 시체는 독일군에게 발견되어 조롱거리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싸우다가 죽는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겁을 먹고 자살했다는 것이 아닌 제리들과 용감히 싸우다가 죽었다고 기억할 것이다. 어차피 죽기로 결심한 몸. 이제 무엇이 두려울까?

결심을 굳힌 처칠은 장전한 리볼버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을 때 죽더라도 제리 한 놈은 저승길 길동무로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대영제국의 총리는 그냥 죽지 않는다는 것을 나치들에게, 그리고 역사를 배우는 모두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다.

“와라! 이-"

그가 희의실 문밖을 나서는 순간, 폭발이 일어나 강력한 충격파가 그를 덮쳤다.

***

-필케르샴. 살아있나?"

-예. 보다시피 살아있습니다."

필케르샴은 군복이 핏어진 팔을 틀어 올리며 웃어 보였다.

슈코르체니는 뺨에 박힌 수류탄 파편을 손가락으로 집어 빼냈다.

궁지에 물린 영국군이 자폭을 시도하는 바람에 그는 하마터면 죽을변했다.

찰나의 순간에 쓰러진 토미를 들어 올려 방패로 삼지 않았다면 지금품 그는 내장을 토해내며 버등거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슈코르체니는 가래침을 밸었다.

-뒷. 멍청한 놈. 족으려면 혼자 죽지:"

"그래도 그놈 덕에 일이 편해지지 않았습니까?"

눈썹이 그을린 ss 중사가 씩 웃으며 사방에 널린 시체들을 가리켰다. 섬불리 자폭을 시도한 한 명 때문에 10명이 넘는 병사들이 한 번에 물살당하고 말았다.

지하실로 잠입한 프리덴탈 특무대도 폭발에 휘말려 죽을변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전화위복이었다.

아직도 송이 붙어있는 영국군이 몇 명인가 있었지만, 이대로 둬도 곧 죽지 않을까 싶었다.

개종에 몇몇은 차라리 죽여주는 게 더 인도적일 정도로 상태가 처참했다.

슈코르체니는 갈라진 배에서 튀어나온 창자를 보며 송을 철떡거리고 있는 영국군 대위에게 다가갔다.

그가 루거로 머리를 겨누자 대위는 운명을 직감한 듯 눈을 감았다. 총성이 율리고 대위의 머리가 옆으로 톨아갔다.

-처칠을 찾아라. 토미들이 물려울지 모르니 서두르도록:

"예!"

-어? 슈코르체니 SS 중령님! 이놈 좋 보십쇼.

수색명령을 내린 지 1분도 안 지났는데 부대원 중 한 명이 급히 그를 찾았다. 슈코르체니는 한달음에 자신을 찾는 부대원에게로 달려갔다.

"뭐야? 찾았어?"

부대원은 대답 대신 손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처칠을 손으로 가리켰다. 불록 튀어나온 배와 축 늘어진 턱살

누가 봐도 처칠이었다

“닮은 사람은 아니겠지요?"

"복장을 보면 무조건 처칠이야. 죽었나?”

"확인해보겠습니다.”

프리덴탈 특무대의 목적은 처칠의 생포였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이미 임무는 완료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처칠을 발견한 부대원이 처칠의 가슴팍에 귀를 갖다 댔다. 그리고 맥을 짚어보았다.

******

-살아있습니다. 지금은 기절했지만요."

"좋았어!"

슈코르체니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승진과 훈장은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영국 총리의 생포라는, 독일 역사상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임무를 최초로 해냈으니, 포상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슈코르체니 SS 중령님!"

"또 뭐냐?"

"호랑이들이 도착했습니다.”

슈코르체니는 지하실에서 나와 밖으로 올라갔다. 아군의 쾨니히스티거가 보병들을 대거 거느리고 시청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하실 입구를 지키던 부대원들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자, 다가오던 보병들이 당황했다.

“저 치들은 자기들이 1등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렇겠지 아마?”

슈코르체니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피 묻은 유노를 입에 물었다. 오늘따라 담배 맛이 더욱 달게 느껴졌다.

“베를린에 무전을 보내게. 독수리는 착륙했다고.”

***

1943년 8월 14일

독일 베를린 신 총통관저

프리덴탈 특무부대가 사로잡은 처칠은 곧 의식을 회복했다.

녀석은 자신이 포로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무섭게 바로 기절하고 말았다.

처칠을 진료한 군의관 말로는 약간의 파편상과 화상, 골절을 당하긴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처칠은 즉시 수송기 편으로 독일로 배송되었다. 자살하지 못하도록 사지를 완전히 구속하고 중무장한 병사들을 대동시켜서.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이 장렬하게 전사하지 못하고 독일의 포로가 됐다는 소식에 세계는 경악했다.

티토 생포로 이름을 알렸던 슈코르체니는 이제 처칠 생포 작전의 성공으로 독일을 넘어 전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독일 신문사들은 프리덴탈 특무대에게 ‘두려움을 모르는 강철 심장의 사나이들'이라는 별명을, 슈코르체니에겐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슈코르체니에겐 2계급 특진 및 다이아몬드백엽검기사십자장이 수여되었다.

이전 등급의 훈장을 수여받아야 다음 등급의 훈장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슈코르체니가 세운 공적을 감안하여 그에겐 예외로 하기로 했다.

당연히 작전에 투입된 전 인원에게도 1계급 특진 및 기사십자장 수여가 결정되었다.

처칠이 포로가 된 관계로 그가 가지고 있던 영국 총리의 직위는 캐나다에 있는 부총리 애틀리에게 돌아갔다.

같은 날, 사망한 조지 6세의 장녀 엘리자베스는 17세의 나이로 영국 국왕의 직위에 올랐다.

정작 그녀의 조국인 영국은 독일 손에 떨어졌다는 게 역사의 아이러니였다.

처칠이 포로가 됐음에도 브리튼 섬에 남은 연합군은 항복을 거부하며 저항을 이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군의 진군은 계속되었고, 연합군은 빙판 위의 스케이트 날처럼 주르륵 밀려났다.

저들을 브리튼 제도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일도 이제는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일주일, 아니, 닷새면 브리튼 섬 전역의 장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음․ 좋소. 훌륭한 설명이었소."

카이텔은 황공해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브리튼 제도를 장악한 뒤에는 미군과 지상전을 치를 일이 없을 테니 주로 해전이나 공중에서의 견제가 전부일 것이다.

설사 미군 주도 하의 연합군이 브리튼 제도나 북아프리카 해안에 상륙전을 시도한다고 한들 전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강화를 끝까지 거부하는 한, 우리는 좋든 싫든 간에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

여기까지 와서 우리가 전쟁에서 질 리는 없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독일 경제의 회복도 더뎌질 테니 매우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도 없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1년 앞당겨진다면 바랄 게 없는데."

현 미국 대통령은 윌리스지만 전임자인 루즈벨트가 싸지른 똥이 워낙에 크기 때문에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은 희박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 압승은 따놓은 당상이기에 공화당은 매일매일이 축제 분위기라고 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공화당 후보들 전원이 입을 모아 유럽전쟁의 종전을 약속한 만큼 이변이 없다면 미국과의 강화 조약 체결은 예정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윌리스는 끝까지 강화조약 체결을 거부하며 그 어떤 논평도 내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질 게 뻔한 싸움, 시원하게 도장 한 번 찍으면 될 텐데 무슨 자존심을 그리도 내세우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말이. 자신이 미국 최초로 패전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 싫어서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소."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긴 했지만 조급함은 느끼지 않았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알제리의 사막에서 진행 중인 우리 과학자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XXX

베이더의 스핏파이어가 이륙할 때, 기지에 남은 정비병들은 일렬로 도열해 마지막 경례를 올렸다. 베이더도 그들에게 경례로 답했다.

이제 그들의 임무는 끝났다. 2시간이나 3시간 뒤면 독일군이 기지에 도달할 것이고 그들은 독일군의 포로가 될 것이다.

베이더와 그의 부하들은 그들 자신과 그들이 몸담은 RAF의 명예를 위해 적 폭격기 편대를 공격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거절하지 않고 출격을 감행했다. 베이더도 그렇고 모두는 이번 임무가 생환이 불가능한 자살임무라는 것을 알았다.

출격을 앞두고 베이더는 조종사들을 불러모은 뒤 솔직하게 얘기했다.

이번에 출격한다면, 살아서 땅을 밟기 힘들 것이라고.

“빠질 사람은 빠져도 좋다. 어차피 연료도 부족해서 다 못 타.”

기지에 남은 12명의 조종사 중 5명이 빠졌다. 출격할 수 있는 분량은 6기뿐이었기에 베이더는 한 명의 지원자를 더 받았다.

갓 사관학교를 졸업한 소위 한 명이 더 손을 들었다.

6기의 스핏파이어는 하늘을 비행하던 중 미 육군항공대 소속 P-38 라이트닝 편대와 만났다.

라이트닝 편대와 합류한 지 얼마 뒤 그들은 곧 목표물인 루프트바페의 폭격기들과 마주쳤다.

따로 지시가 없어도 조종사들은 각자의 임무를 위해 전투에 돌입했다. 교전이 시작되고 3분이 지났을 때, 베이더는 Fw190 1대를 격추했다.

20mm 기관포탄 3발이 명중해 날개가 끊어진 포케불프는 팽이처럼 회전하며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추락하는 적기에서 조종사가 탈출을 시도했다. 베이더는 탈출하는 조종사의 낙하산을 향해서 총탄을 퍼부었다.

낙하산에 구멍이 뚫렸고, 조종사는 그대로 추락했다.

"맛이 어떠냐? 제리놈아."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 신이 그의 비행을 도와주는 듯했다. 베이더는 추가로 1기의 포케불프를 격추했다.

그런 다음 그는 적 전투기 편대의 틈 사이로 파고들어 호위병들만 믿고 방심하고 있던 He 111을 노렸다.

-타타타타타!

He 111의 방어기총 사수가 기관총을 쏘며 거칠게 저항했다. 적 기총사수의 공격을 피해 이동하던 베이더는 우측에서 나타난 Fw190의 공격을 받았다.

간신히 격추는 피했지만, 캐노피가 깨지면서 생긴 파편들이 뺨을 파고들었다. 파편이 박힌 곳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제기랄."

연료탱크에 난 구멍으로 연료가 새어나갔고, 우측 주익의 기관총에 잼이 걸려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역시나. 어째 일이 잘 풀린다 했어. 베이더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베이더를 공격한 Fw190은 어느 미군 대위가 모는 라이트닝에 의해 격추되었다. 그러나 곧 그 라이트닝도 다른 적기의 공격을 받아 꼬리가 빠지도록 도망치다가 끝내 격추당했다. 이제 하늘에 남은 스핏파이어는 그가 유일했다. 라이트닝 편대도 손실을 더 견딜 수 없는지 슬슬 발을 빼려는 기색이었다.

베이더는 계기판의 연료 게이지를 확인했다. 기지까지 복귀할 정도는 아니어도, 지금 전투를 멈추고 도주한다면 안전하게 착륙할 정도의 분량은 남아있었다.

베이더의 실력이라면 적기를 뿌리치고 도주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베이더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도주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적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베이더가 쏜 기관포탄이 하인켈의 동체에 박혔다. 기관포탄이 뚫고 지나간 구멍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났다.

같은 부위에 몇 발을 더 박아넣는다면 적기를 끝장낼 수 있었지만, 기관포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기관포탄이 바닥난 것이다.

연료도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었다. 계기판과 눈앞의 적 폭격기를 번갈아 쳐다보던 베이더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기체를 강하시켰다. 지구의 중력이 온몸을 끌어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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