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Clouds part 7

 < 먹구름 (7) >

공산당에 불만이 많은 것은 비단 중앙아시아인들만이 아니었다.

원 역사의 나치가 유독 악명이 높아서 그렇지, 러시아도 나치 독일의 등장 이전까지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반유대주의 국가.

이러한 점은 차르 체제가 무너지고 공산당이 권력을 쥐게 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유대인들은 러시아에서 차별받는 존재들, 더러운 자본주의에 타락한 인종 부산물들이었다.

본인부터가 반유대주의자였던 스탈린은 독일의 히틀러가 반유대주의를 청소하고 폴란드 유대인들을 우대하는 모습을 보이자, 자국 내 유대인들을 더더욱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었다. 본래 유대인들이란 돈에 따라 움직이는 족속들. 돈만 주면 제가 태어난 조국도 파는 놈들이 소비에트에는 얼마나 충성하겠나?

멀리 갈 것도 없이 폴란드의 유대인들을 보라.

히틀러와 나치가 조금만 우대해주니 폴란드 유대인들이 앞장서서 폴란드인들을 탄압하고 있지 않은가?

전쟁이 터지고 소련 당국에 의한 유대인 탄압은 더더욱 심해졌다.

스탈린의 지시로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살던 고향에서 머나먼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극동으로 유배되었다.

이에 반발하는 자들은 모두 처형되거나 굴라그로 보내졌다.

이중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이송된 곳은 만주국 국경과 맞닿아 있는 아무르주 남부였다.

스탈린은 아무르주 남부에 유대인 자치주(EBpeğckan aBTOHOMHAA OÁMacTb)를 세우고 이곳에 대량의 유대인들을 강제로 이송했다.

유대인 자치주에 강제로 이주당한 유대인들은 혹독한 추위와 부족한 배급으로 인해 많은 수가 병사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유대인들의 대우는 나아지지 않았다. 되려 더 혹독해졌으면 혹독해졌지.

유대인들의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을 때, 시베리아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중앙아시아인들도 소련 체제에 대항해 게릴라 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공산당의 정보 통제에도 소문은 차츰차츰 소련 전역으로 퍼졌고, 유대인 자치주에도 반란에 대한 소문이 닿았다.

“우리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오."

“이때가 아니면 언제 놈들과 싸워볼 것 같소?”

“가만히 있어봤자 저 잔인한 체키스트들이 우리를 편애해주겠소? 되려 우리도 한통속이었다며 죽이려 들겠지!”

“지금, 이 순간이 하늘이 주신 기회요!”

공산당에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체제에 순응하더라도 공산당의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영원히 노예로 살 운명이라면, 모두가 들고 일어났을 때 마땅히 일어서야 하지 않겠는가?

마침 만주 국경에 배치했던 병력도 죄다 자유 러시아 국경과 중앙아시아로 보내진 지금, 반란을 일으키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유대인들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그들도 마침내 무기를 들고 일어섰다.

“자유 만세! 이스라엘 만세!”

“동포들이여, 일어서시오! 우리 모두 맞서 싸웁시다!”

스탈린이 눈엣가시 같은 유대인들을 극동의 오지로 몰아넣은 곳에서 이스라엘이 건국되었다.

***

1943년 11월 18일

소련 쿠이비셰프

“아직도, 아직도란 말인가!"

스탈린이 소리를 치며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자, 흐루쇼프의 두 눈동자가 요동치고 머리카락이 시원하게 벗겨진 정수리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스탈린은 피가 용암처럼 끓어오르다 못해 넘쳐흐를 것만 같았다.

쿨리크가 반란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이젠 중앙아시아에서도 반소 게릴라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무르주에선 유대인들이 봉기를 일으켜 자기들 멋대로 이스라엘의 건국과 독립을 선언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집 안 정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저 열등한 유대인들까지 설치게 내버려 두다니.

스탈린을 더욱 화나게 한 것은 붉은 군대의 유대인 장병들이 무기를 들고 탈영해 이스라엘을 자칭하는 유대인 반란군에 합류했다는 것이었다.

비단 유대인 말고도, 소련 체제에 불만이 많은 이들도 유대인 반란군에 힘을 보탰다.

“보로실로프, 부됸늬 이 두 멍청이는 여태껏 뭘 하는 거야!"

눈이 뒤집힌 스탈린은 자신의 두 불알친구를 욕하며 연신 책상을 내리쳤다.

이 두 멍청이가 제때 반란을 진압했어도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쿨리크의 반란군보다 더 우월한 무기와 더 많은 병력을 가지고도 여태 반란군을 진압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들도 사실은 쿨리크와 뒤로는 내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스탈린의 고질적인 질병인 의심병이 다시 스탈린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절친이니, 감히 자신들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 하에 반역을 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고? 그야 더 큰 권력과 부를 위해서.

“흐루쇼프!”

“예, 서기장 동지! 말씀하십시오!"

정치장교로서 흐루쇼프의 군 계급은 소장이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일반 병사들과 장교들 앞에서나 통하는 계급이었지 스탈린 앞에서 그는 이등병에 불과했다.

스탈린은 분노로 쩍쩍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그 두 놈에게 날아가서 내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고 전하게. 그리고 그 두 놈의 동태를 매일매일 나에게 보고하도록. 만약 그 둘에게서 수상한 기척이 보인다면, 자네가 둘을 체포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흐루쇼프는 스탈린의 많고 많은 수족 중 하나였지만, 그 많은 수족 중에서도 스탈린이 그나마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자였다. 물론 스탈린이 흐루쇼프를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그가 자신 앞에서 벌벌 떨고 겁에 질린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토록 겁 많고 덜떨어진 자가 감히 자신에게 반기를 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논리로 스탈린은 흐루쇼프를 퍽 신뢰했다. “크루글로프!”

“예!?"

"이 멍청한 놈!"

퍽. 스탈린의 구둣발이 크루글로프의 무릎에 명중했다.

자세가 무너진 크루글로프는 억지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통증이 심해 그는 제때 일어설 수 없었다. 낑낑거리며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버둥거리는 크루글로프를 스탈린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쏘아보다가 이내 재떨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재떨이에 산더미처럼 쌓인 재를 크루글로프에게 부었다.

“무능한 네놈이 NKVD를 맡고 있으니, 아랫놈들도 죄다 어중이떠중이뿐이겠지.”

"......"

“마지막 경고야. 다음에는 교수대로 직행할 줄 알아.."

“옙, 서기장 동지…….”

크루글로프는 그래도 운이 따라주는 편이었다. 지금 당장은 스탈린이 그를 숙청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최소한 반란이 모두 진압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간신히 화를 가라앉힌 스탈린은 자유 러시아와의 국경선이 표시된 지도를 노려봤다.

아직까진 독일군과 자유 러시아군의 동향에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스탈린은 안심할 수가 없었다.

히틀러가 이 절호의 기회를 그냥 놓칠 리 없다. 지금까지도 군을 움직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필시 간을 보기 위해서일 터.

반란이 진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놈을 틀림없이 가까운 시일 내로 이빨과 발톱을 드러낼 것이었다.

막강한 무기로 무장한 국방군을 생각하자 스탈린은 오한을 느꼈다.

독일군을 생각할 때마다 근심과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독일군에게 수도 모스크바를 빼앗기고 쿠이비셰프로 도주해야 했던 치욕의 기억은 아직도 스탈린의 뇌리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언젠가 다시 힘을 길러 승리에 취해 자만하는 파시스트 놈들에게 피의 복수를 할 생각이었지만, 이래서야 복수는커녕 적들이 제발 쳐들어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밖에 할 수 없었다.

조지아의 인간백정은 이러한 현실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굴욕감을 느꼈다.

더 치욕스러운 사실은, 아직도 독일이 쳐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위대한 소비에트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추락하게 되었는지…

스탈린은 최근에 자주 악몽을 꿨다. 그가 꾸는 악몽은 대개 비슷했다.

엠버밍된 레닌이 별안간 눈을 뜨고 분노와 증오에 찬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광경이었다.

자신의 부활에 충격을 받고 굳어버린 스탈린에게, 되살아난 레닌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소비에트가 이렇게 몰락한 것은 다 네놈 때문이야! 이 역겨운 조지아 촌놈아!”

레닌은 스탈린에게 생전에도 하지 않았던 갖은 상스러운 욕을 뱉어냈다.

스탈린은 레닌이 자신에게 쏟아내는 분노를 온몸으로 느끼며 아무런 변명도 못 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닌은 여전히 화가 덜 풀렸는지 눈에 핏발까지 세워가며 분노에 찬 말을 토했다.

“네놈이, 네놈이 모든 걸 다 망쳤어! 나와 내 동지들이 피땀을 흘려가며 이룩한 모든 것을 다 네놈이 수포로 만들어 버렸단 말이다!”

악몽은 항상 레닌이 스탈린의 목을 조르고, 그의 두툼한 코를 물어뜯는 것으로 끝났다.

그때마다 스탈린은 신음을 흘리며 깨어났다. 그의 등은 축축하게 젖었고 방안의 기운은 싸늘하기 짝이 없었다.

스탈린은 만약 레닌이 살아서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무슨 말을 했을지 상상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살해한 최대의 정적 트로츠키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숙청한 옛 절친 부하린을 생각했다.

그들은 틀림없이 지금 그를 보며 열심히 비웃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노할 것이다.

소련을 위대하게 만들겠노라고 호언장담하던 녀석이 소련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


1943년 11월 19일 독일 베를린 신 총통관저

참 말세가 따로 없군.

시베리아 혁명정부에 중앙아시아에 이어 이제는 이스라엘이라니.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지금 소련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자유 러시아 국경에 배치된 병력 일부가 반란 진압을 위해 후방으로 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국경에는 상당한 숫자의 병력이 배치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만큼 놈들도 우리의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후방에서 일어난 반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지금. 그만한 대병력을 국경에 박아놔도 이들을 제때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이만한 병력이 제대로 싸우려면 당연히 유기적인 보급이 필수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 소련의 후방은 반란이니 진압이니 뭐니 해서 난리도 아닌 상태.

이에 반해 독일은 오롯이 동부전선 한 곳에만 전력을 집중하는 게 가능하다.

후방, 그러니까 체코, 폴란드부터 영국, 베네룩스 등 점령국 일대에 레지스탕스가 한 명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소련에 비하면 올 클린한 상태나 다름없다. 여기다 병력의 질과 장비도 독일이 소련보다 몇 단계 위에 있다.

소련군이 T-34와 야크기를 굴리고 있을 때 독일은 판터 II와 제트기를 굴리고 있으며 해군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소련과 다르게 독일 해군은 유럽 최강이다. 동부전선에서 더 이상 해군을 쓸 일이 잘 없기는 하지만 해군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그래도 제법 크다.

아니지. 생각해보니 쓸 일이 하나 있군.

아르한겔스크. 현재 소련에 남은 유럽의 유일한 항구라 할 수 있는 이곳을 점령하기 위해 전함 지크프리트, 니벨룽겐과 항모 에우로파가 벨로모르스크에서 대기 중이다. 작전 개시일도 정해졌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예정된 시각에 아군은 우랄산맥을 향한 질주를 시작할 것이고 이번에야말로 빨갱이들을 유럽에서 완전히 몰아낼 것이다. 비록 적지 않은 희생이 뒤따를 테고, 간신히 평화를 되찾은 유럽이 다시 전쟁의 불길에 휩쓸리겠지만, 유럽의 미래와 자유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이때가 아니면 저들을 확실하게 끝장낼 기회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테니.

내가 아는 스탈린이라면 결코 현 국경에서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든 치욕을 되갚아주려고 시도할 것이다.

놈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니까.

지금처럼 우리가 늠들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을 때,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두 다리를 완전히 분질러 버려야 최소 50년 동안은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으리라.

그리고 나를 흥분케 한 소식 하나.

우란프로옉트가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것.

올해 들은 소식 중에서 바다사자 작전의 성공 소식 이후로 가장 나를 들뜨게 만든 소식이었다. “그게 정말이오???

긴급히 보고할 게 있다며 나를 찾아온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여러 번 반복해서 물었다.

“3년 전에는, 연구가 결실을 맺으려면 최소 5년은 걸린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총통 각하의 아낌없는 지원과 조언 덕에 저희 예상보다 실험의 진척 속도가 대단히 빨라졌습니다.”

“총통께서 말씀하신 감속제로 흑연을 사용하는 것을 비롯한 여러 조언이 큰 효과를 냈습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중수만을 고집했다면 이제 실험은 중간 단계를 겨우 지났겠지요.”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나는 그저 내가 아는 지식 내에서 그대들에게 몇 마디 던져준 게 전부요. 실험이 여기까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을 비롯한 과학자 선생들의 공이지.” 우리는 슬기로운 생활에 나오는 예시문처럼 예의 바르게 서로에게 서로의 공을 양보했다.

세계 최초의 핵실험을 할 장소도 이미 정해졌다.

레제의 실험이 이루어진 알제리의 사막을 세계 최초의 핵실험 장소로 선정했다.

워낙 강력한 폭탄이니 주변 지형지물로 인해 충격파가 막히는 현상을 피하려면 최대한 평평한 지형에서 실험해야 했고, 효과를 안전거리에서 육안으로 관측하기 위해 날씨가 좋고 시야가 넓은 장소, 거기다 기밀유지를 위해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그런 장소가 필요했다.

그런고로 미래의 알제리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알제리 사막이 핵실험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원 역사에서 미국이 세계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 실험을 진행한 곳도 뉴멕시코의 사막 한가운데였다.

현재 알제리에선 세계 최초의 핵을 터뜨릴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늘 회의가 끝나는 즉시 이 둘도 알제리로 날아갈 예정이었다.

“아주 좋소. 이제 마음 놓고 청색 작전을 실행할 수 있겠군. 두 사람 모두 대단히 수고했소.”

“감사합니다. 총통 각하.”

당장이라도 이 둘에게 키스를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2차 독소전쟁을 앞두고 나 역시 이들처럼 할 일이 매우 바쁜 몸이었기에 아쉽지만, 이만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야 했다. 샴페인 잔을 부딪치는 일은 알제리에서의 실험이 끝나고 돌아온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저, 총통 각하.."

"?"

둘을 악수로 뒤로하고 몸을 돌리려는데 별안간 아인슈타인이 나를 멈춰 세웠다.

"무슨 일이오. 박사?"

"... 아무것도 아닙니다. 알제리에서 돌아온 뒤에 겠습니다."

"알겠소. 두 사람 다 조심해서 돌아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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