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theless, the world is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1) >
비록 로켓개발에선 독일보다 한참 뒤떨어진 미국이었지만, 이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속보! 소아마비 백신 개발 성공!'
'조너스 소크 박사, 소아마비 백신 개발 발표!'
'세기의 대발견! 소아마비의 공포는 사라질 것인가?”
소아마비. 인류 역사와 함께하며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힌 끔찍한 질병 중 하나.
매년 1만 건이 넘는 발병 사례와 1천 건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최악의 전염병인 소아마비는 2차대전 이후로 더욱 기승을 부렸는데 선진국이자 세계 최강국인 미국 역시 이 소아마비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인이 된 지 오래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역시 소아마비의 희생자 중 한 명이었으며 소아마비에 걸리는 아이들의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성인이라고 해서 병에 안 걸리는 것도 아니었기에 애어른을 막론하고 소아마비의 공포에 떨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인류를 오래도록 공포에 떨게 한 소아마비의 백신이 개발되었다.
1954년 4월 12일에 발표된 조너스 소크 박사의 백신 개발 소식은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소아마비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음에 기뻐했다. 해당 소식은 곧 미국을 넘어 지구 곳곳으로 전해졌다.
"축하드립니다, 박사님. 박사님의 연구가 앞으로의 인류 역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그래서 말입니다. 백신의 특허권은 누가 갖게 되나요? 전 미국인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아마도 사람들이겠죠. 특허 같은 건 없습니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
소크는 특허를 내는 대신 백신을 무료로 풀겠다고 공언했고, 덕분에 백신은 빠른 속도로 미국 전역에 공급될 수 있었다.
소아마비 백신 개발 소식에 백악관 역시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제껏 로켓개발 건으로 독일에 비교만 당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간만에 독일의 코를 납작하게 누를 수 있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어찌 기뻐하지 않을쏘냐.
"그런데..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군."
"?"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지요?"
"백신 개발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이는 조너선 소크 박사지. 그런데………… 백신 개발에 독일 과학자들도 일부 섞여 있단 말이네."
“그렇습니다.”
"이걸 가지고 독일 놈들이 자기네도 지분이 있다고 주장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
맥아더는 독일이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자기들도 지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걱정했다.
독일인 과학자 일부가 백신 개발에 참여하긴 했으나 연구의 주체는 조너스 소크를 비롯한 미국인 과학자들이었고 백신 개발 역시 미국에서 이루어졌으니 사실상 미국의 업적이라고 해도 무방했지만, 만약 독일이 자신들도 지분이 있다고 주장할 경우 언론이 이를 두고 뭐라고 할지 맥아더는 심히 우려스러웠다.
하다 하다 백신 개발조차 독일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다는 소리라도 나온다면……….
생각만으로도 열불 나는 일이다. 더욱 화가 나는 건 거기에 반박을 해봤자 대중이 선동당한 뒤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 "제리들이 개소리할 경우를 대비해 이에 반박할 준비를 해두게. 모처럼의 경사에 저놈들이 재를 뿌리도록 놔둘 수 없지.”
"예, 각하."
***
허나 독일의 반응은 백악관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것이었다.
우려한 것과 다르게 독일은 백신 개발에 대한 지분을 주장하지도, 이를 따로 언급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조너스 소크 박사는 인류에게 커다란 선물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의 업적은 어느 누구와도 감히 비견될 수 없을뿐더러 인류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불멸의 신화로 기록될 것입니다."
소아마비 백신 개발이 발표된 후, 독일의 괴벨스가 방송에 나와서 한 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군. 저놈들이 웬일로?"
"허.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예상과 전혀 다른 독일의 반응에 백악관은 오히려 당황했다.
연설 끝에 독일도 백신 개발에 참여했으므로 독일의 공도 있다고 괴벨스가 말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정작 괴벨스는 백신 개발에 독일인 과학자들도 참여했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
독일은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미국에 축하 전보를 보내며 최대한 빨리 유럽에도 백신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독일 과학자들을 연구에 참여시키는 조건으로 백신을 유럽에도 공급한다는 조항이 합의서에 있었기에 문제의 소지는 없었다.
단지 독일이 잘난 체하지 않고 순순히 미국의 '승리'를 인정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
“저놈들. 무슨 꿍꿍이인지 당최 모르겠군.”
"어쩌면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을지도......."
무심코 입을 연 아이젠하워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말이 안 된다고 여겼는지 도로 입을 닫았다.
그러나 아이젠하워가 무심결에 내뱉은 그 말은 맥아더로 하여금 독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어쩌면 히틀러는 전에 덜레스에게 말했던 것처럼 미국과 공존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히틀러가 제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이미 유럽을 손에 넣었는데 여기서 무엇을 더 바라느냐고, 목표를 이뤘으니 남은 일생은 조용히 살다 가는 게 그의 최종 목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점은 차고 넘쳤다. 미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곤 할 수 없는 로켓 개발부터 신무기 개발, 아조레스 제도와 페로 제도에 나날이 증강되는 해군 전력들.
그리고 최근 동유럽 일대에 실시되는 추축군 통합훈련. 독일이 일상적으로 행해오던 것들이지만 독일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고 하기에는 다소 미심쩍은 구석들이 많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체임벌린의 사례가 있지 않은가.
히틀러는 체임벌린에게 독일이 관심 있는 건 오직 독일계가 거주하는 주데텐란트뿐 체코슬로바키아에는 어떤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을 믿은 체임벌린은 체코슬로바키아를 압박해 베네시가 주데텐란트를 히틀러에게 양도하게끔 했다.
그 결과 돌아온 것은 체코 합병.
과거를 돌이켜 보건대 히틀러를 신뢰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격.
고로 히틀러에 대한 경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더 부합하는 일이렷다.
그러나 계속해서 한 가지 의문이 남아 그의 머릿속을 유령처럼 떠돌아다녔다.
정말로 히틀러가 공존을 원하는 것이라면?
그때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
소아마비 백신에 지분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는 별거 없다.
백신 개발에 독일 과학자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건 사실이지만 발을 살짝 담근 수준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개발은 미국이 주도했거든.
그런데 굳이 우리도 지분이 있다고 주장해서 미국과의 관계를 해칠 필요까지야.
미국도 우리 측이 지분을 주장할 때를 대비하여 다양한 반박 거리를 준비해놨을 텐데, 여기서 한 발 걸치려다간 괜히 망신만 당하고 이로 인해 미국의 분노를 사게 된다면 골치 아프다.
그래도 백신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노고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이들에게는 따로 훈장과 포상을 안겨줬다.
미국이 전해준 백신이 도착하는 즉시 나는 전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명령……… 아니 권유했다.
적국인 미국을 어떻게 믿냐며 안 맞으려는 이들이 꼭 나올 것 같거든. 실제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은 아니고.
미국과 독일은 짧은 기간이지만 국운을 걸고 싸운 적도 있고 지금도 서로가 가상적국인 관계다. 그리고 미국은-비록 전원이 흑인들이었지만-자국민들에게 생체실험을 행한 전적이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자국민들에게! 미국과 전쟁 중인 동안에 괴벨스의 선전부는 독일과 유럽 전역에 열심히 선전했고 이 때문에 빨갱이와 양키들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독일 전역에 퍼져 있다.
고로 내가 나서서 백신 맞으라고 하지 않으면 안 맞는 사람들이 무조건 나온다. 무조건.
그런데 총통인 내가 직접 나서서 백신은 안전하니 무조건 맞으라고 한마디 해주면? 미국을 불신하는 이조차 맞을 수밖에 없을걸?
이렇게 정부에서 나서서 백신 접종을 홍보한 덕에 독일 국민의 백신 접종률은 99% 이상.
독일 외에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 유럽 각국에도 순조롭게 백신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백신 거부 운동......?"
월요일 아침, 하루일과를 시작한 나는 책상에 놓인 SD의 보고서에 어안이 벙벙했다.
보헤미아-모라비아 보호령과 폴란드 보호령 일대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백신 접종이 자신들을 멸절시키려는 독일의 음모일지 모른다는 반독 음모론자들이 퍼뜨리고 다닌 소문 때문.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비록 보호령이지만 그래도 같은 사람이니 인류애로 독일인들처럼 똑같이 백신 접종하게 해줬는데 이걸 거부한다고?
체코인들과 폴란드인들이 독일을 증오하는 건 이해한다. 원 역사보다 훨씬 관대한 통치를 행하곤 있다고는 하나, 저들 입장에서 독일은 자신들의 조국을 멸망시킨 적국일 뿐.
따라서 저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일은 아니다.
“그래도 그렇지 백신 거부라니. 저들은 소아마비가 안 무섭다 이건가?"
그리고 이 백신, 우리가 만든 거 아니다? 미국이 만든 거라니까?
“아무래도 저들은 우리가 도중에 바꿔치기해서 백신이 아닌 독약을 자신들에게 주사한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하이고 나 원 참.
"본인들이 맞기 싫다는데 굳이 우리가 강제할 필요 있겠습니까? 우리가 강제로 백신을 접종하려 든다면 더 날뛸 겁니다.”
괴링의 말이 맞다. 내가 나서서 이거 안전한 거니까 맞아도 된다고 백번 얘기한들, 한 번 불신이 뿌리를 내린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본인들이 백신 맞기 싫다는데 그냥 내버려 둬야지. 사실 체코인과 폴란드인 사이에서 백신 거부는 그렇게 주류는 아니다.
백신에 뭐가 들어있을지 모르니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는 이들보다 백신을 맞겠다는 이들이 더 많다.
백신을 안 맞아서 생기는 위험은 본인들이 감내할 테니 알아서 하라지 뭐. 나는 분명 경고했다.
***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2년여 만에 소아마비 발병이 90%나 감소했으며 특히 독일에선 1955년 동안 단 한 건의 소아마비도 발생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나서서 백신 접종을 홍보한 효과가 있었다.
반면 백신 접종이 미비했던 체코, 폴란드 일부 지역에선 소아마비 발병률이 전보다 더 늘었다. 그러게, 내가 뭐랬냐.
그러나 체코, 폴란드보다도 더 심각한 지역은 따로 있었다.
바로 세르비아, 체코, 폴란드에서 백신 거부론자들이 힘을 얻긴 했어도 백신을 접종하는 이들이 더 많았고, 소아마비 발병률이 늘자, 백신을 접종하러 오는 이들이 확 늘었다. 최소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줄은 안단 말이지.
반면 세르비아는 아직도 백신 거부론자들이 주류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서, 백신 접종하러 가는 이들을 독일의 똘마니들이라며 공격하는 극단적인 사례까지 보고될 정도로 세르비아의 반독 감정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파블레 1세의 세르비아 정부는 이러한 국민을 달래보기도 하고 때론 강경책도 썼지만, 둘 다 효과는 그닥.
결국, 베오그라드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시위대는 추축동맹 탈퇴, 파블레 1세의 사임을 요구했다.
“이놈들은 그렇게 처맞고 정신을 못 차리는군요. 세르비아인들은 원래 이런 족속들인가 봅니다.”
세르비아의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힘러가 한 말이다.
지극히 인종주의적 관점이 짙게 섞인 발언이지만, 요 최근 세르비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힘러의 말을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었다.
역사에서도 세르비아는 인종 간의 화합과 공존을 주장하는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을 암살해 1차대전의 원인을 제공했고, 2차대전 때도 친영파가 쿠데타를 일으켜 독일을 자극, 끝내 독일의 침공을 불러왔다.
이후 유고 내전에서도 대량학살을 저질렀고 21세기에도 미국 등 서방측과 끝없이 마찰을 일으키며 유럽의 골칫덩이로 남아있다.
가진 것도 없고, 뒷배도 없으면서 대체 뭘 믿고 저리 나대는 건지. 진짜 머리라도 한번 열어보고 싶다.
“가진 게 깡밖에 없는 모양인데, 그리 맷집이 좋다면 때려 줘야,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일단은 지켜보도록 하지. 그래도 국왕은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여러모로 노력 중이니.”
세르비아에서 유일하게 머리가 돌아가는 양반인 파블레 1세는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었다.
시민 대표단을 직접 왕궁에 초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심지어 시위 현장을 방문하려고도 했었다. 측근들이 너무 위험하다고 결사반대해서 무위로 그치긴 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사관에는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두라고 지시를 내려뒀다.
세르비아 정부도 이전의 기억 때문인지 시위가 격화되기 전에 군과 경찰 병력을 대거 투입해 대사관 경비를 강화했다.
하기야 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면 그땐 세르비아가 지도에서 사라질 테니 현명한 결정이다.
설마 또 같은 짓을 저지르겠냐마는 상대는 유럽의 분노조절장애 국가니, 안심할래야 안심할 수가 없다.
세르비아 국내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자연스레 주변국들도 일제히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특히 세르비아와 원한이 깊은 헝가리, 크로아티아, 불가리아가 더욱 그랬다.
"총통께선 세르비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왕 없는 왕국의 섭정이자 내륙국의 해군 제독이라는 묘하디묘한 직함을 달고 있는 호르티 미클로시가 회담 자리에서 내게 물은 말이다.
"말 안 듣는 말썽꾸러기 정도로 생각 중이죠. 아직까지는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호르티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자신의 생각에 대해 털어놓았다.
"총통께선 세르비아를 너무 인도적으로 바라보시는군요.”
호르티와는 전쟁 이전부터 여러 번 만났기에 이번이 첫 만남이 아니었다. 유고슬라비아 문제를 두고 회담을 가진 적도 두 번이나 있고,
"확신하는데 세르비아인들은 천성이 악질적이고 야만적이라 갱생이 불가능한 종자들입니다. 총통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 들짐승들이 이제껏 역사에 어떤 추악한 짓들을 저질러 왔는지 말입니다.”
헝가리와 세르비아의 국민감정이 서로 안 좋은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이 정도로 원한이 깊을 줄이야.
호르티는 작정하고 세르비아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늘어놓았다. 듣는 내가 더 당황할 정도로.
"이번에도 저놈들을 내버려 둔다면 더 큰 골칫덩이가 될 겁니다. 혹시 압니까. 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폭탄이 될지..
"3차대전이라. 세르비아인들에게 그럴 능력은 없을 것 같소만. 그래도 저들이 여간 까다로운 민족이라는 말에는 나 또한 동의하는 바요."
“그래서 말입니다, 총통."
호르티의 두 눈이 반짝였다.
“제가 세워둔 계획이 하나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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