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acy of the Empire part 12

 <제국의 유산 (12)>

1945년 10월 29일

특일 베를린 신 총통관저

-머저리 같은 놈들. 이놈들은 벌써 자기들이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도 까먹은 모양입니다."

카이텔의 말에 괴링이 얼씨구나 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병신 같은 개구리 놈들. 놈들에게 학습능력이 아예 없는 것 같으니, 이참에 우리가 대갈통에 새겨주는 게 어떨겠습니까?"

"찬성합니다!"

나 또한 어이가 없었다.

이놈들, 대체 대가리에 워가 든 거지?

'쿠데타라니. 허 참.

역사에서도 프량스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많이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로 머리가 안 틀아가는 작자들이 있을 줄이야.

식민지를 해방해 준 것도 아니고, 단순히 식민지인들을 달래기 위해 유화책을 제시한 것조차 불만이어서 쿠데타를 계획하다니. 이거 순 또라이들 아냐?

물른 쿠데타의 이유가 단순히 이것 때문만이 아닐 터. 분명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테지만 암만 그래도 쿠데타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놈들은 후환이 안 무섭나? 그게 무서웠다면 애당초 이런 일을 꾸미지도 암겠지만. 성공하면 돌라도 실패하면 그대로 인생 종 치는 건데?

성공해도 문제인 게 새 내각, 새 정부를 꾸렸다고 한들 우리가 도좋에 개입해서 옆어버리면 그결로 끝이다.

자기들 딴에는 나름 우리에게 의심 안 받으려고 열심히 사바사바하려던 모양이지만 누굴 바보로 아나

+자기들 딴에는 나름 완벽한 계획이라고 자부했겠지? 나 원. 어떨게 패전하고도 배운 게 없는지 모르겠군.:

"사실 그럴 만도 합니다. 겨우 4주 만에 당했으니 월 배우고 그럴 시간이 있었겠습니까?"

"와하하하하!!

카이텔의 능담에 회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그렇긴 하지. 아무튼. 우리 페탱 원수께선 이 건을 알고 있소?

"아직 프랑스 정부는 모르는 것으로 압니다."

카이텔이 말했다.

'페령에게 전해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게끔 할까 싶은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소?"

"외랑되오나 그건 안될 일입니다."

괴링이 고개를저으며 말했다.

'페탱의 내각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혈력자들이 있을지 모를뿐더러 프랑스인들은 틀림없이 우리에게 책잡힐 것을 우려해 사건을 되도록 조용히 처리하려 들 겁니다. 오히려 이를 기회로 다시 한번 프랑스의 코를 확실하게 꿰는 겁니다. 다시는 우

리에게 반황 같은 것은 꿈도 못 꾸게끔 말이죠"

동감입니다. 누구 덕에 승전국이 된 줄도 모르고 농들이 다시 기고만장해졌습니다. 배상금 납부 기일도 최근 들어 지체되고 있다는데 독일울 우습게 여겨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브라우히치도 적극 개입을 주장했다.

:그럼 어쩔 수 없겠군."

하기야 프랑스에 알아서 하라고 말겨났다간 되려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었다. 쿠데타에 가담한 놈들 중 몇 명이 홈방망이 처벌을 받율지도 모르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페탱이 이를 역이용해 우리에게 대항하는 수단으로 삼으려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를롬베르크 원수에게 연락하시오. 프랑스에 주둔 중인 우리 군 병력만으로 이들을 모두 다 진압할 수 있겠소?"

"가능합니다만 그래도 예상치 모를 사태에 대비해 추가 병력을 파견하는 것이 좋을 것 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오. 흑시 모르니 사령부 경비를 강화하라고 지시하시오. 그리고 프랑스 내부의 일이니 일단 페탱에게도 해당 소식을 전하시오. 자기를 제쳐두고 우리끼리 일을 처리하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블쾌해할 테니."

"알겠습니다, 종통 각하"

***

자신들의 계획이 진작에 새어나갔다는 사실을 모른 채 쿠데타 세력은 거사를 일으킬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네놈들과 손을 잡아야 하는 날이 오다니..."

'우리는 뭐안그런 줄 아나?"

'입조심 하도록. 이제부턴 우리 모두 등지이니."

"맞는 말이오. 프랑스를 위해 싸읍시다."

숨죽인 채 파리에 암약하던 레지스탕스 조직들은 좌익 계열과 우익 계열을 가리지 않고 서로 연대를 약속했다.

권총과 수류탄, 기관단총이 배분되었고 시민들에게 뿌릴 삐라도 척척 준비되었다.

대대장 이하의 장교들에게는 훈련일정이 하달되었다.

병사들과 하사관, 하급 장교들은 자신들이 훈련에 참여하는 줄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프랑스를 뒤였으려는 거대한 음모일 것이라곤 꿈에도 모른 채.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세력의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한쪽은 다른 쪽의 계획을 알고 있지만 다른 쪽은 상대의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역사의 흐름을 바렸다.

-끼리리리릭!

"...?"

"이게 뭔 소리야?"

"전차 바퀴 굴리는 소리 같은데..?"

경계근무를 서던 초병들은 아닌 밤중에 들려오는 무한궤도 소리에 어리둥절했다.

이윽고 그들의 앞에 육중한 티거가 나타났다.

난데없는 독일군 전차의 등장에 초병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과 프랑스 간의 전쟁은 5년 전에 끝났지만, 아직 그 악몽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독일 전차들이 종횡무진으로 돌진하며 퇴각하는 프랑스군의 대열을 유린하는 광경이.

"이게 무슨-"

프랑스군 주둔지에 나타난 독일 전차는 한 대가 아니었다. 족히 서른 대는 넘는 전차들이 장갑차에 탑승한 보병들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어어 하는 사이에 주둔지는 독일군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벌벌 떨던 병사들 앞에 퀴벨바겐 한 대가 달려왔다. 퀴벨바겐에는 프랑스군 장교와 독일군 장교가 동승해 있었다. 퀴벨바겐 뒷좌석에 탄 프랑스군 소령을 본 병사들의 얼굴에 그나마 화색이 돌았다.

“소령님?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거두절미하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도록.”

병사들의 질문을 자르고 소령은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들이 속한 연대가 쿠데타군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쿠, 쿠데타!?”

“쿠데타라니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희는 아무것도 전해 들은 게 없습니다!”

자신들이 쿠데타군의 병사들이라는 소령의 선언에 병사들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그것을 부정했다.

쿠데타의 ‘쿠자도 듣지 못했다. 그냥 평소처럼 훈련받고, 근무를 서는 게 전부인데 난데없이 쿠데타라니.

소령은 병사들이 하는 말을 믿었다. 애초에 그들은 자신들의 윗대가리들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몰랐을 테니.

지금, 이 순간, 파리나 베를린에서 높으신 분들이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그도 모르듯이 말이다.

“걱정 말게. 지시에 따른다면 어떤 불이익도 없을 테니까. 내 약속하지.”

“저, 정말입니까…?”

“그래. 어차피 자네들한테는 볼일이 없으니까.”

체포조가 관심 있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일개 병사나 하급 장교들이 아닌 쿠데타 가담자들. 대대장 이상의 장교들은 모두 쿠데타 계획을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독일어를 할 줄 아는 프랑스군, 경찰, 밀리스 대원이 독일군을 따라다니며 수색을 도왔다. 30분도 되지 않아 쿠데타에 가담한 장교들이 포승줄에 묶여 끌려 나왔다.

"이런 빌어먹을.….."

“네놈들이 그러고도 프랑스인이냐!"

체포된 쿠데타 가담자들은 이를 갈며, 독일군의 수색에 협조한 동포들을 욕했다.

어떻게, 어떻게 프랑스인이 침략자 독일군의 편에 붙어 같은 동포를 배신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천벌 받을 놈들! 신이 네놈들을 저주할 거다!”

“네놈들은 프랑스의 수치다! 이 역겨운 새끼들아!"

“개새끼들 같으니. 언젠가 네놈들을 모조리 다 찢어 죽일 거다! 내 반드시!"

“입 닥쳐! 병신 같은 새끼들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음모자의 명치를 밀리스 대원 하나가 군홧발로 걷어찼다. 명치를 걷어차인 중령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하는 중령은 50을 바라보는 나이였고, 그를 걷어찬 밀리스 대원은 끽해야 스무 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중령의 아들뻘만한 밀리스 대원은 상대방의 나이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사정없이 그를 걷어찼다.

“매국노는 네놈들이다! 이 병신 같은 놈들.”

"감히 반역을 꾀해?"

“빨갱이와 붙어먹은 매국노 새끼들!"

독일군에게 협조하는 프랑스인 중 적잖은 이들이 스스로 출신과 보신을 위해 편을 갈아탔지만, 반대로 ‘진심으로 프랑스를 위해 독일군에게 협조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았다. 밀리스나 독일 무장친위대에 입대한 프랑스인들이 그랬다.

프랑스는 전쟁에서 졌다. 이건 불변의 사실이다.

프랑스가 다시 위대해지려면, 현실을 부정하고 승리가 불가능한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유럽의 지배자로 떠오른 독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뿐이다. 프랑스가 옛 악연을 청산하고 독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독일도 프랑스를 패전국이 아닌 진정한 동맹국으로 대우할 것이다.

그런 논리에 따라 많은 프랑스인이 기꺼이 밀리스와 SS에 입대 신청서를 냈다.

프랑스인들로 구성된 제10SS무장척탄병사단 샤를마뉴는 동부전선에 상당한 전공을 올려 자그마치 히틀러로부터 유럽에서 가장 용맹한 부대 중 하나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그리고 샤를마뉴는 프랑스에서의 쿠데타를 진압하는 데 투입되었다.

같은 프랑스인이라고 해서 그들은 봐주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철저하고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쿠데타 세력을 잡아들였다.

다시 위대해지기 위한 프랑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자들! 이들이야말로 프랑스를 좀먹는 암 덩어리들이요, 위대한 프랑스에 불필요한 기생충들이다.

프랑스가 다시 위대해지려면 이런 버러지들을 쫓아내야 한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조리!

순순히 체포되거나 체포되기 전에 권총이나 독약 등으로 자살한 가담자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총을 들어 저항을 꾀한 가담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진압군도 적이 저항해 올 것에 대비하여 철저한 준비를 했다.

“아아, 반역자들은 들어라.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순순히 투항한다면 최대한 선처를-"

“X까! 보슈의 창녀들아!”

짧은 기관단총의 총성이 울리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쿠데타군에 가담한 것이 발각된 일부 군인들은 얌전히 손을 들고 나오는 대신 저항을 택했다. "놈들이 총을 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어떡하긴. 발포하는 즉시 죄다 날려버리라는 지시가 있었잖아?"

“목표, 3층 일곱 번째 창문!"

4호 전차의 포탑이 돌아가고, 탄약수가 유탄을 약실에 밀어 넣었다. 덜커덩 소리와 함께 약실이 폐쇄되며 전차는 사격할 준비를 마쳤다.

"장전 완료!"

"조준 완료!"

"발사!"

-콰아앙!!

뼛속까지 얼어붙는 듯한 동부전선에서 소련군의 T-34와 싸웠던 경험이 있는 4호 전차의 전차병들에게 이 정도 일은 누워서 떡 먹기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는 스탈린의 오르간이라 불리는 카츄샤 로켓포도, 대전차포도, 빌어먹을 동장군도 없다.

멍청한 프랑스인들은 꼴에 항복 대신 저항을 선택했지만, 전차포로 차근차근 밟아주면 그만이다.

몇 발의 총탄이 날아와 4호 전차의 쉬르첸을 두들겼다. 날 선 쇳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큐폴라 밖에 당당하게 고개를 내민 전차장은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고는 포수에게 다음 표적을 지정했다.

판터, 티거보다 장갑, 화력 모든 면에서 열세인 4호 전차를 타고 T-34/85, IS-2, 심지어 IS-3까지 격파해 기사십자장을 목에 건 베테랑인 그에게 총알 몇 발이 날아오는 것쯤은 어린애 소꿉장난 수준이었다. 쿠데타군의 산발적인 저항은 금방 진압되었다. 체포된 고급 장교들과 달리 일반 장병들은 얌전히 진압군의 지시에 따랐다.

그들은 독일군의 명령을 받는 프랑스군 장교가 하는 말에 따라 무기를 내려놓고 연병장에 모여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프랑스가 어쩌다가………….”

"야, 입조심 해. 너도 끌려가고 싶어?"

“아니,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졸지에 쿠데타군으로 지목되어 아닌 밤중에 연병장에 쭈그려 앉아 감시받는 처지가 된 장병들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들의 매서운 눈빛으로 감시하는 독일군을 힐끔거렸다.

프랑스군이 허튼수작을 부리거나 그럴 낌새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지체 없이 발포하라는 지시가 독일군에게 내려진 상태였다.

그랬기에 병사들은 여차하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도록 손가락을 걸고 다녔다.

서슬 퍼런 분위기에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용변이 마려우면 허락을 맡고 막사 내에 있는 화장실에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순번제에, 감시병력이 대거 따라붙긴 했지만, 구덩이를 파거나 커다란 고무통에 다 같이 용변을 보는 것보다야 나았다.

***

"후욱! 후욱!"

"이쪽, 이쪽입니다!”

“서두르십시오!"

뒤클로는 턱까지 차오른 숨을 간신히 억누르며 필사적으로 두 다리를 움직였다.

나이를 먹고, 운동과 거리가 먼 생활을 오랫동안 한 탓에 그의 몸은 뒤클로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다리에는 납으로 된 추를 단 것처럼 무거웠고, 숨을 쉬는 게 아니라 거의 흐느낄 정도가 되었다.

"저쪽이다!"

“쫓아라!”

"놓치면 안 돼!"

뒤클로를 쫓는 추격자들은 군견들까지 대동하고서 그들을 바짝 추격했다.

저들에게 잡히면 반드시 죽는다. 뒤클로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필사적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1m라도 더 멀어져야 했다. 그래야 그는 살 수 있었다.

계획이 사전에 노출되면서 거사를 준비하던 동지들은 대거 사살당하거나, SS에게 생포되었다. 뒤클로는 그나마 운이 따라주는 편이었다. 프랑스 국가헌병대와 게슈타포가 은신처를 급습하기 직전에 뒤클로는 자신을 따르는 동지들과 함께 몸을 피했다.

하지만 안도할 틈도 없이 추격자들은 귀신같이 그들의 뒤를 따라붙었다.

뒤클로는 미로처럼 얽힌 파리의 하수도로 피신했다. 사방에서 풍겨오는 악취에 구역질이 치밀었지만, 유일한 탈출구는 거기뿐이었다. 그가 입은 옷은 땀과 구정물로 축축하고 냄새가 났다.

뛰다가 안경을 잃어버린 탓에 앞이 흐릿했다. 다행히 동지들이 그의 눈이 되어주어 그에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설명해주었다. “동지! 여기입니다!”

"이, 이걸 타고 올라가면 되나?"

"예! 얼른!"

미끈거리는 사다리를 타고 뒤클로는 힘들여 지상으로 올라갔다.

하수도의 악취만 맡다가 신선한 지상의 공기를 마시자 흐렸던 머리가 다시 맑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안도도 잠시, 그의 턱밑까지 추격해 온 게슈타포가 소리를 질렀다.

"저기 있다!"

MP40이 불을 뿜고, 마지막으로 사다리를 오르던 뒤클로의 여비서가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총알이 뚫고 지나가면서 생긴 구멍으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젠장!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뛰어! 빨리!"

수류탄이라도 있었다면 적들의 추격을 조금이라도 저지할 수 있겠건만, 안타깝게도 수류탄은 하수도에서 교전할 때 다 써버리고 말았다. 뒤클로와 그의 동료들은 골목으로 몸을 피했다.

정신없이 뛰고, 고꾸라진 끝에 그들은 예비용 은신처에 몸을 숨길 수 있었다.

허나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거리에 깔린 경찰과 헌병들은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심문했다.

검문받는 사람들을 향해 군견들이 짖는 소리까지 뒤클로는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정보가 도중에 샌 모양입니다……….”

"빌어먹을."

협력자 중에 배신자가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뒤클로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게슈타포가 은신처는 물론이고 비상시 대피로까지 알고 있을 리 없었다.

내부의 배신자를 통해 모든 정보가 새어나갔다면, 이곳이 발각당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터.

서둘러 몸을 피해야겠지만, 사방에 경찰과 헌병이 깔린 터라 나갈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미리 준비해 둔 위조 신분증과 여분의 돈마저 도망치는 과정에서 분실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네."

“뒤클로 동지! 그런 말씀 마십시오!"

“분명, 분명 방법이 있을 겁니다. 아직 체포되지 않은 동지들도 있을 테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저희에게 말씀하신 건 동지 아닙니까. 부디 용기를 내십쇼.”

".....… 알겠네."

뒤클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벽에 머리를 대며 나지막이 말했다.

“잠시 혼자 있고 싶네. 자리를 피해줄 수 있겠나?”

뒤클로의 부탁에 그의 부하들은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자마자 뒤클로는 코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실로 촘촘하게 꿰맨 안감을 뜯어내 그 안에 감춰진 작은 알약을 꺼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뒤클로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자신 혼자만 도망치는 것 같아 동지들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살아있을 자신 역시 없었다. 게슈타포에 생포되었을 때 겪을 일을 생각하면, 도무지 살아있을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토레즈 동지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프랑스에 있는 동지들에게 ‘영웅적인 항쟁'을 계속하라는 연설문을 작성하고 있겠지. 옆에 늘씬한 러시아 여인 비서를 낀 채로. 자신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소련의 혁명 동지들을 프랑스로 데려오기 위해 모스크바로 가는 것이라는 토레즈의 변명을 떠올린 뒤클로는 쓰게 웃었다.

자신이 죽어도 소련에 있는 토레즈와 그의 동지들이 남아있는 한 프랑스 공산당의 명맥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명맥이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프랑스라는 가죽을 뒤집어쓴 무언가라면 몰라도.

"자유 만세."

나지막이 읊조린 뒤클로는 알약을 입에 넣었다. 어금니로 알약을 깨부수자, 격통이 전신으로 퍼졌다.

요도와 항문이 열리면서 노폐물이 쏟아졌다. 바지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뒤클로는 격통 뒤에 졸음이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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