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거인들의 몰락 (3) >
“비상! 적 전차 출현!"
"철갑탄 장전!"
영국군의 전차가 나타나자, 대전차포병들은 약실에 철갑탄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적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대기했다. “발포!"
적이 사정거리 내로 들어서자. 나뭇가지와 위장막을 뒤집어쓴 PaK 40이 불을 뿜었다.
명중!"
75mm 철갑탄을 맞은 크롬웰이 연기를 내뿜고 다친 전차병들이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매복한 대전차포대의 공격이 시작되자 무전망에서 비명과 고함이 넘쳐흘렀다.
앞서가던 전차가 격파당하면, 뒤에 있던 전차는 서둘러 격파당한 전차 뒤에 달라붙어 적을 경계했다.
“제리들은 대체 어디에 숨은 거야?!"
잔해에서 솟구쳐 오르는 연기 때문에 시계가 불량한 것도 있지만, 독일군의 매복이 워낙 철저한 탓에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일부 전차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잔해 뒤에서 나와 전진했지만, 잔해 뒤로 나오기 무섭게 포탄을 맞고 불덩이로 변했다.
“씨발! 좆같은 제리 새끼들!”
“어떻게 움직이라고!”
순식간에 6대의 전차들이 당했다.
전차병들은 적의 공격이 두려워 전진하지 못했다. 선두가 멈추자, 후발주자들도 일제히 정지했고, 곧 몽고메리에게도 보고가 올라왔다.
“선두 전차들이 멈춘 다음 전진하지 않고 있다고? 지금 이게 전쟁놀이처럼 보이나?”
몽고메리는 울화통이 터졌다. 언제 슈투카들이 날아와 폭탄을 떨어뜨릴지 모르는데 제자리걸음이나 하고 있다니!
“당장 전진하라고 전해! 엉덩이를 걷어차기 전에!”
몽고메리의 엄명이 전해지자, 선두에서 멈춰 섰던 전차들이 마지못해 전진을 재개했다.
-쾅!
아아아아아!!!"
오른쪽 다리가 절단된 포수가 해치를 열고 나와 땅에 떨어져 버둥거렸다.
셔먼 전차병들에게는 불운이었지만, 그들의 희생 덕에 뒤따르던 전차의 전차장은 적 대전차포가 어디에 매복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찾았다! 1시, 1시 방향에 적 대전차포! 포탑 돌려!”
76mm 주포로 무장한 셔먼이 포탑을 돌려 대전차포를 조준하는 사이 매복한 4호 전차가 불을 뿜었다.
매끄러운 곡면으로 된 셔먼의 경사장갑에 철갑탄이 파고들어 포탑을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찾았다!!
"발사해!"
한 대의 4호 전차에 무려 5발의 포탄이 날아왔다. 차체와 포탑에 골고루 철갑탄을 맞은 4호 전차는 멀쩡한 부품 하나 건지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에밀이 당했다! 개새끼들.
-계속 쏴라! 토미들이 이 앞을 지나가게 해선 안 돼!
4호 전차 3대가 발포하여 셔먼 3대를 거의 동시에 격파했다.
크롬웰 한 대가 운 좋게 매복한 4호 전차의 전면에 명중타를 먹였지만, 차체 전면에 무한궤도를 덧댄 터라 철갑탄은 장갑을 관통하지 못하고 중간에 막혀버렸다. 곧이어 4호 전차가 발포해 크롬웰을 역으로 격파했다.
피탄 충격으로 포탑에 균열이 생긴 크롬웰의 전차병들이 서둘러 탈출하다가 기관총 세례를 맞고 널브러졌다.
전차들은 다시 전진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마침내 폭발한 몽고메리는 결국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공격 명령을 무시하고 정차한 전차들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받은 부대장들은 이게 진짜 명령이 맞는지, 혹시 적이 무전망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하지만 몽고메리가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며 재차 명령을 내리자 그제야 사실임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전한다. 피해를 감수하고 무조건 전진해라. 망설이거나 거부하는 자는 명령 불복종으로 군사재판에 회부시키겠다.”
일선 장병들은 죽을 게 뻔한 돌격을 감내하는 것보다 군사재판을 받는 게 낫다는 반응들이었지만, 일선 연대장, 대대장들은 그렇지 않았다.
얼마 뒤, 크롬웰 2대가 연이어 파괴되었다.
적의 공격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포탄은 뒤에서 날아왔다. 명령을 따르지 않자, 셔먼들이 아군 전차에 발포한 것이었다.
“미친! 진짜 쐈어??
“어이! 전진해! 장난이 아냐!"
그제야 전차들은 다시 전진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차들과의 거리가 좁혀지자, 참호의 독일군은 판처파우스트를 발사했다.
판처파우스트를 맞은 전차들이 정지하고 몸에 불이 붙은 전차병들이 전차에서 뛰어내리다가 사살당했다.
그러나 영국군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밀어붙여!"
“계속 전진해! 멈추지 마라!”
이를 악물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영국군의 공격에 철옹성 같던 독일군의 방어선도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적이 너무 많습니다!”
“상사님, 이대로 가면 다 죽습니다!”
“젠장, 후퇴해!”
동료 전차들이 잇달아 격파당하고 대전차포가 셔먼의 무한궤도에 짓밟혀 으스러지는 것을 본 4호 전차는 후진하여 자리를 이탈했다. 76mm 주포로 무장한 셔먼이 4호 전차를 향해 주포를 쏘며 달려들다가 역으로 75mm 포탄을 맞고 격파당했다.
장갑증강을 위해 차체 전면에 예비용 무한궤도를 덕지덕지 붙여 놨지만, 거리가 워낙 가까웠던 탓에 그대로 관통당하고 말았다.
비록 피해가 크긴 했지만, 영국군의 공세는 성공하는 듯했다. 불청객이 파티에 끼어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왜애애애애앵!
슈투카 편대가 제리코의 나팔을 울리며 날아오자, 영국군은 패닉에 빠졌다.
셔먼과 크롬웰의 무장을 철거하고 오리콘 20mm 기관포를 탑재한 대공전차들이 사격을 시작했지만, 슈투카 조종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개시했다.
제아무리 튼튼한 전차라 할지라도 상부장갑은 얇기 마련.
60mm 로켓포를 맞은 전차들은 어김없이 불타올랐다.
슈투카가 투하한 SC1000에 맞은 땅이 음푹 꺼졌다가 솟구쳐 오르고 폭발 반경에 있던 크롬웰과 셔먼이 전복되어 주포가 땅에 처박혔다.
“저, 저 좆 같은 새끼들....!”
바람처럼 와서 바람처럼 공격을 퍼붓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독일기들을 보며 영국군은 울분을 토했다. 단 한 번의 공습으로 13대나 되는 전차들이 파괴되었다. 보병들의 피해 역시 막심했다.
몽고메리도 현장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덤덤한 말투로 다음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피해에 신경쓰지 말고 전진하도록. 이 정도 피해는 이미 예상하고 벌인 공세니까.”
자신의 말대로 몽고메리는 이번 공세가 적잖은 피해를 부를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도 그는 공세를 선택했다.
독일군의 런던 입성은 하루. 아니 1시간이라도 더 늦추기 위해서.
***
많은 희생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겨우 독일군 방어선을 돌파한 영국군은 적의 심장부를 향해 전진했다. 뉴펀들랜드 출신 조셉 윌슨 중위의 M4A1 셔먼은 도로를 내달리던 중 독일군 수송부대와 마주쳤다.
윌슨의 셔먼을 보고 놀란 운전병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항복해라, 제리!"
76mm 주포가 자신을 겨냥하자 운전병은 손을 들고 트럭에서 내렸다. 뒤따르던 트럭의 운전병들도 일제히 트럭에서 내려 두 손을 들었다.
곧 보병들이 도착해 항복한 독일 병사들을 포로로 잡았다.
트럭에는 전선의 독일군을 위한 부식이 잔뜩 실려 있었다. 쇼카콜라, 담배, 빵, 소시지, 통조림 등등..
정작 수송대열을 포로로 잡은 1등 공신인 윌슨과 그의 승무원들은 담배 한 갑도 얻지 못했다.
중대장으로부터 멈추지 말고 당장 출발하라는 명령을 받아서였다. 윌슨은 입맛을 다셨다.
“제리들의 항복을 받은 건 우린데, 정작 땅개들한테만 좋은 일 해줬군.”
“그러게 말입니다. 중대장 그 인간은 우리한테 무슨 감정이 있답니까?”
포수 벤 위긴스 중사가 동감을 표했다.
트럭에 산더미처럼 쌓인 보급품들로 잔치를 벌일 땅개들을 생각하니 배알이 꼬이다 못해 뒤틀릴 지경이었다.
말은 그래도 윌슨은 중대장이 조급해하는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가뜩이나 초반에 독일군에게 발목이 잡혀 시간이 지체됐으니, 한시가 급한 상황이긴 하다.
도로를 따라서 쭉 가는데 모등이가 나왔다.
"당연히 직진이지 말입니다?"
"잠깐.뭔가이상해."
휠슨은 실전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촉만큼은 베테랑 못지암다고 자부했다
그의육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대로 직진하면 위험하다고
저 건너편 모통이의 담벼락 뒤에 대전차포 혹은 판처파우스트를 든 보병이 매복하고 있을지 몰랐다.
"우회해서 가로지른다."
"잘 못 들었습니다?"
"담벼락 뒤에 제리들이 매복하고 있을지 몰라. 놈들이 우리가 자기들 앞을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다면, 사선으로 가로질러 놈들의 뒤에서 나타나는 거지. 어때?"
"오오오... "
자신의 제안에 감탄한 승무원틀의 찬사를 들으며 휠슨은 어깨를 으쑥거렸다.
조종수가 전차를 우측으로 틀어, 어느 집 나무율타리를 부수며 전진했다.
월슨은 무전으로 후속 전차틀에도 알렸다. 도로를 벗어나 자신을 따르라고
예상대로 벽돌로 만든 담벼락이 나왔다. 보병틀이라면 담벼락을 돌아서 가던가 담벼락을 넘는 등 귀찮은 방법을 써야 했겠지만, 최덩어리 자체인 전차라면 그냥 틀이박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무게 32의 셔먼이 들이박자, 담벼락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오?"
틸슨의 예상대로 독일군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담벼락 너머 오래된 저택 뒤편에.
독일군이 티거와 함께 있으리라곤 생각 못 했지만
88이 자신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본 월슨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상대방 전차장도 휠슨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한 듯 눈을 깜박이다가 이내 포탑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휠슨은 그보다 한발 늦게 포탑으로 들어갔다.
<타이거다! 타이거!"
"예? 타이거요?"
벤은 깜짝 놀랐다. 위치상 앞만 블 수밖에 없던 그는 바로 옆에 티거가 있는 좋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느 방향입니까?”
“우리 바로 옆에 있어!"
“예에?!"
“포탑 돌려! 당장!!"
윌슨은 숨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윌슨의 말에 아연실색한 벤이 급히 포탑을 돌리려는 순간, 티거의 88이 불을 당겼다.
차체 측면에 바로 강타한 88mm 철갑탄은 셔먼을 완전히 아작냈다.
윌슨은 폭발의 충격으로 해치 밖으로 6m가량 튕겨 나가서 우악스러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추락한 월슨은 온몸이 새까맣게 탄 채 허리 관절은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
씨발. 이게 대체 뭔 일이야?
카리우스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곧 토미들이 나타날 것이니 준비하라는 중대장의 명령을 받기 무섭게 엔진 소리가 들리더니. 셔먼 한 대가 담벼락을 뚫고 바로 앞에 나타났다. 토미도 저택 뒤에 티거가 매복하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는지 얼이 나간 얼굴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포탑 안으로 들어갔지만, 포탑이 돌아가려는 찰나 카리우스의 포수 크라머 하사가 선제타격을 가해 셔먼을 유폭시켰다. 조종수 카를 바레슈 하사가 전차에 시동을 거는 동안, 카리우스의 동료, 알베르트 케르셔 중사의 티거가 달려와 셔먼을 향해 발포했다.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 건지 케르셔의 티거가 쏜 포탄은 셔먼 2대를 잇달아 관통했다.
“전차 앞으로!”
카리우스는 티거를 전진시켰다.
카리우스의 명령이 따로 없어도 바레슈 하사는 티거의 차체를 비스듬히 틀어 적탄에 쉽게 관통되지 않도록 했다.
아니나 다를까 75mm 포탄 한 발이 날아와 측면을 강타했지만, 경사각 덕분에 장갑에 긴 탄흔만 남긴 채 도탄되었다. “철갑탄 장전!"
카리우스의 티거를 향해 포탄을 쏜 셔먼은 케르셔의 티거가 잡았다.
카리우스는 크라머에게 2시 방향에 있는 크롬웰을 조준케 했다. 녀석도 이쪽으로 포탑을 향하던 참이었다.
"발사!"
88이 울부짖고 간발의 차이로 크롬웰의 주포도 불을 뿜었다. 서로를 교차하며 날아간 두 포탄은 상대 전차의 포탑에 직격했다.
크롬웰의 포탑은 바닥에 던져진 유리잔처럼 조각 난 반면, 티거는 끄떡없었다.
빈약한 6파운더 따위론 티거의 140mm 포방패에 작은 흠집만 낼 수 있었다.
-여기는 부엉이 3, 파티에 합류하겠다.
-부엉이 4도 합류하겠다.
“참 빨리도 온다. 진짜.”
티거 2대만으로도 벅찬 영국군에게 티거 2대가 추가로 나타나 포탄을 퍼부어댔다.
영국군의 선두를 깨부순 제502중전차대대 2중대는 곧 1중대와 합류, 전진하며 영국군 제8군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
1943년 6월 19일
독일 베를린 신 총통관저
런던으로 북상하는 아군을 노리고 영국군 제8군이 측면을 공격했지만 얼마 못 가 아군에게 발목이 잡혔다.
영국군의 공세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한 502중전차대대엔 나중에 훈장을 쏴주기로 했다. 공을 세웠으면 그에 맞는 보상이 있어야겠지.
이번 공세를 지휘한 영국군 장군의 정체는 실제 역사에서 롬멜의 라이벌로 유명한 버나드 로 몽고메리였다.
인성 관련해서 이런저런 말이 많고 명성에 비해 실제 능력이 과장된 게 많다는 평을 받는 친구지만, 그래도 능력 자체가 없는 건 아닌지라 거의 모든 영국군은 퇴각만 할 때, 이 양반만 유일하게 반격이란 것을 시도했다. 이런 걸 썩어도 준치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영국군을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게 주력이 대부분 중동과 인도로 빠진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영국군은 악착같이 저항하며 아군의 발목을 물고 늘어졌다.
아직까진 예상범위 밖의 피해는 아니지만, 이젠 아군의 피해도 마냥 넘길 수만은 없었다.
영국에 상륙한 지 2주가 다 되어 가는데, 아군이 서부 전격전에서 입은 피해 총합에 다다랐으니까.
이걸로 영국인들이 프랑스인들보다 용감하다는 게 입증되었군요.”
“그렇지. 그래도 어디 나가서 그런 말 말게. 그 프랑스인들이 이제는 우리 동맹이 되었으니, 말이야.”
“어이쿠, 깜빡했습니다.”
아군 최선두는 크로이던과 다트퍼드에 도달, 본격적인 런던 공략을 준비 중이다.
추축국 해군-독일,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은 매일같이 영국 해협과 유럽 대륙을 오가며 브리튼 섬에 추축군 병력과 물자를 내려놓았다. 현재까지 영국에 상륙한 추축군의 총 병력은 대략 70만 명.
이 중 61만 명이 독일군으로 영국 완전 점령 때까지 300만 명에 달하는 대병력이 브리튼 섬에 상륙할 예정이다.
그에 반해 미국은 초대형 악재가 잇달아 터지는 바람에 영국에 보낼 지원군 파견이 지체되는 중이라고 한다.
“제시 오언스………… 참 안타까운 일이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시 오언스는 백악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하여 시위대의 맨 앞에서 걷던 중 군의 발포로 사망했다.
제시 오언스의 사망으로 미국 내 흑인들의 여론은 대폭발했다.
이제까지는 그래도 질서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수준이었지만 제시 오언스의 사망이 보도된 뒤로는 그나마 남아있던 질서조차 없어졌다.
미국에 있는 SD 요원들이 정기적으로 보내오는 보고에 따르면, 난장판이라는 표현조차 고상할 정도라고 한다.
제시 오언스의 죽음이 알려지자마자 나는 괴벨스를 시켜 즉시 애도 성문을 발표하도록 했다.
괴벨스는 자신이 직접 쓴 추도사를 읽으며 제시 오언스를 추모하고,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FDR 행정부에 격한 비판을 퍼부었다.
“제시 오언스!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미국과 전 세계 체육인들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운동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민인 그를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단지 그의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입니다.
미국인들이여! 그대들은 그대들을 피부색으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들을 차별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며 그대들을 실험용 생쥐 취급하는 정부에게 충성하며 독일과 전쟁을 하실 겁니까? 아니면 그대들 스스로의 힘으로 그대들을 노예 취급하는 정부를 무너뜨리고 자유와 평화를 쟁취하실 겁니까?
여러분의 내일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스스로가 결정하고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일어서서 자유를 위한 투쟁에 나서십시오! 독일은 자유를 갈망하는 그대들의 투쟁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그대들의 손으로 만든 새 정부와 기꺼이 협상할 의향이 있습니다!”
봐라. 이 얼마나 멋진 말이냐. 20세기 최고의 명문 중 하나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혹시나 싶어 나는 스위스를 통해 미국과 접촉을 시도했다.
지금이라도 선전포고를 취소할 의향이 없냐고. 선전포고를 취소하고 영국 일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발표하면 대일전을 돕기 위해 독일도 병력을 파견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내놓았지만, 루즈벨트의 답변은 참 한결같았다. 그럴 생각 없으니 꿈 깨라고.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끝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니.
아주 참 대단한 신념이다.
그렇다면 나도 내 신념을 보여줘야지.
Comments
Post a Comment